미국에서 손꼽히는 치과 체인 애스펀 덴탈의 모회사가 빚을 갚으려던 매각 계획을 접었다. 사모펀드 세 곳이 나눠 가진 애스펀그룹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약 4조 원 규모의 대출을 갚을 길을 찾지 못해, 결국 채권단이 기업회생 전문 로펌을 선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스펀그룹은 최근 몇 주 사이 채권단에 산하 응급진료 체인 웰나우의 매각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채권단은 미국 로펌 깁슨던앤크러처를 자문사로 선임하고 내년 만기인 약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대출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매각 대신 로펌을 선택했다
애스펀그룹은 레너드그린앤드파트너스, 아레스매니지먼트, 아메리칸시큐리티스 등 사모펀드 세 곳이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애스펀 덴탈뿐 아니라 임플란트 전문센터 클리어초이스, 응급진료 체인 웰나우, 미용시술 체인 챕터에스테틱스튜디오, 반려동물병원 러빗펫헬스케어를 함께 운영한다. 애초 채권단은 웰나우를 최대 약 4000억 원(3억 달러)에 팔아 빚을 갚는 데 쓸 계획이었다. 그러나 7월 들어 이 계획이 무산됐고, 회사의 대출 채권은 액면가의 90%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실적이 나빠진 자리에 빚이 쌓였다
애스펀그룹의 1분기 조정영업이익은 약 1365억 원(1억 100만 달러)으로 1년 전보다 6% 줄었고, 전분기에는 23%나 감소했다. 신규 지점을 늘리려 끌어 쓴 대출까지 겹쳐, 6075억 원 규모 리볼빙 대출 중 4725억 원을 이미 소진한 상태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는 2023년 발생한 사이버 공격으로 환자에게 받지 못한 진료비까지 손실로 반영했다고 회사 측이 밝혔다.
한국은 다르다, 그러나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그대로 일어나기 어렵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병원을 열 수 없게 하고, 치과의사 한 명이 두 곳 이상의 치과를 개설·운영하는 것도 금지한다(1인1개소법). 그래서 미국식으로 사모펀드가 치과 체인을 직접 사들여 차입매수하는 구조는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다. 대신 브랜드 사용료와 경영 지원 수수료를 받고 여러 치과에 이름을 빌려주는 네트워크 치과 형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105개 가맹점을 둔 유디치과가 대표적이다. 유디는 지난해 외부감사에서 한정의견을 받았고, 진행 중인 소송에 대비해 213억 원 넘는 우발부채를 재무제표에 쌓아 뒀다. 창업자는 1인1개소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다.
애스펀 덴탈이나 클리어초이스의 실제 진료가 지금 당장 달라졌다는 보도는 아직 없다. 다만 본사의 재무 위기가 계속되면 신규 지점 투자나 장비 교체가 늦어지고, 결국 진료 대기와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디치과 사례도 마찬가지다. 가맹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들은 본사와 별개의 사업자이지만, 본사의 소송과 회계 문제가 길어지면 그 여파가 가맹 계약과 경영 지원 서비스로 넘어올 수 있다. 병원 이름과 실제로 돈을 관리하는 회사가 다를 때는, 그 회사의 재무 상태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