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치과 체인을 소유한 사모펀드 연합이 계열 응급진료 체인의 매각 계획을 접고 채권단은 파산과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을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4조원 규모 대출을 어떻게 갚을지가 이 회사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치과 체인 아스펜덴탈의 모회사 아스펜그룹은 최근 몇 주 사이 채권단에 계열 응급진료 체인 웰나우의 매각을 더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습니다. 웰나우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최대 3억 달러(약 4천억원)에 팔릴 것으로 예상됐고 그 대금 일부는 빚을 줄이는 데 쓰일 계획이었습니다.

아스펜그룹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은 로펌 깁슨던앤크러처를 선임했습니다.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위기에 놓였을 때 채권단이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를 부르는 것은 흔한 수순입니다. 회사가 내년 만기인 약 30억 달러(약 4조원) 규모 대출을 정상적으로 갚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실적이 흔들리는 사이 빚 만기가 다가왔다
아스펜그룹은 사모펀드 리오나드그린파트너스와 에어리스매니지먼트, 아메리칸시큐리티스가 함께 소유하고 있습니다. 치과 체인 아스펜덴탈 외에도 임플란트 전문 클리어초이스, 비외과적 미용시술 체인 챕터에스테틱스튜디오, 반려동물 진료 러빗펫헬스케어까지 여러 업종을 거느립니다.
문제는 실적입니다. 올해 1분기 상각전영업이익(감가상각과 이자·세금을 반영하기 전 영업이익)은 1억 110만 달러(약 1,370억원)로 1년 전보다 6% 줄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낙폭이 23%까지 커졌습니다. 회사는 실적 발표에서 2023년 발생한 사이버 공격의 여파로 환자들에게 받지 못한 돈을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면서 만기 2027년인 12억 달러 규모 대출 채권은 보도 시점 기준 액면가의 89.9%에 거래됐습니다. 국제 신용시장에서 상환 능력을 의심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모펀드가 치과를 사고파는 나라
미국에서는 사모펀드가 치과 체인을 사들여 몸집을 키운 뒤 되파는 방식이 낯설지 않습니다. 치과의사가 진료를 보는 동안 광고와 인력 채용, 장비 구매, 신규 지점 확장 같은 경영은 별도 회사가 맡아주는 이른바 치과서비스기업(DSO) 모델입니다. 아스펜덴탈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치과서비스기업으로 꼽힙니다. 사모펀드는 이런 체인을 차입금으로 사들인 뒤 규모를 불려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냅니다. 이번에 아스펜그룹이 웰나우 매각을 접으면서 빚을 갚는 데 쓰려던 자금줄 하나가 사라진 셈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구조가 애초에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의료법 제33조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를 의료인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합니다. 사모펀드 같은 영리자본이나 비의료인은 치과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자금을 누가 댔는지, 손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운영권을 누가 행사하는지, 책임을 누가 지는지 네 가지를 따져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주인으로 드러나면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판단합니다. 법무법인 문장의 최민호 변호사는 이런 판단 기준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국내 네트워크 치과들은 경영지원회사(MSO)를 통해 광고와 인력관리를 지원받는 수준에 머물 뿐입니다. 아스펜덴탈처럼 사모펀드가 전면에 나서 수십억 달러 빚을 안고 병원 체인을 사고파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