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피라미드와 홍해 해변을 앞세운 관광 상품에 병원 진료까지 끼워 넣습니다. 심장 수술과 체외수정에 이어 치과 진료도 그 목록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보건당국인 이집트헬스케어청(EHA)은 해외 환자 유치 사업인 '이집트에서 우리가 돌봅니다(In Egypt We Care)'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EHA는 병원과 검사실, 클리닉 등 전국 약 400곳의 시설을 운영하며 아스완과 홍해 연안, 룩소르 같은 관광지 인근에 해외 환자 전용 시설을 늘리는 중입니다.

피라미드 옆에 병원을 짓는다

룩소르는 카르나크 신전과 왕가의 계곡으로 유명한 고대 도시입니다. 19세기에는 폐질환을 앓던 영국인들이 요양을 위해 이곳을 찾았고 여행사 토마스쿡은 현지인과 외국인을 함께 진료하는 병원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병원 6곳은 호텔급 스위트룸을 갖추고 산부인과와 소아과, 영상의학과 진료를 제공합니다.

EHA에 따르면 지난해 이 기관 시설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만3,370명으로 2022년 2,075명의 6배를 넘었고 국적도 아랍·아프리카·아시아·유럽·미주에 걸친 124개국에 달했습니다. 관련 수입은 지난해 380만달러(약 53억원)에서 올해 600만달러(약 84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EHA는 내다봤습니다. 지난달에는 그랜드이집트박물관에서 해외 환자가 온라인으로 진료를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새로 열었습니다. EHA는 앞으로 6년 동안 의료시설을 5,000곳 더 늘리면서 심혈관·비만대사·성형 수술과 체외수정에 더해 첨단 치과 진료까지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야자수와 사막을 배경으로 서 있는 흰색의 현대적인 병원 건물
사막과 야자수를 배경으로 세워진 현대적인 병원 건물을 담은 사진. AI 이미지

이집트가 넘어야 할 경쟁자들

세계 의료관광 시장은 지난해 약 340억달러(약 47조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이 시장에서 터키는 모발이식으로 유명한 '선불 속성 치료'로 규모와 가성비 면에서 앞서 있고 아랍에미리트는 고급 진료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아메드 엘소브키 EHA 청장은 "국제 환자가 첨단 의료를 받으면서 동시에 문화와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집트의 강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의료관광 기업 위큐어의 공동창업자 에므레 아트체켄은 "이집트는 다른 나라를 그대로 따라 해서는 이길 수 없다"며 국제 환자가 굳이 이집트를 택할 뚜렷한 틈새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커지는 만큼 우려도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의사회는 해외에서 진료를 받다 문제가 생기면 아낀 비용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복잡해진다고 경고합니다. 이집트 안에서도 걱정은 있습니다. 민간 의료관광 사업이 커지면 숙련된 전문의와 간호 인력이 공공 병원을 떠나 정작 자국민이 이용하는 공공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집트는 2024년 민간이 공공 의료시설을 위탁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법을 통과시켜 이런 흐름에 힘을 실었습니다.

치과용 거울과 탐침이 캐리어, 수첩과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
여행용 캐리어와 서류 옆에 놓인 치과 진료 도구를 촬영한 사진. AI 이미지

치과가 이런 경쟁 목록에 오른 것은 한국 독자에게 낯선 그림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서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1만 명으로 처음 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 가운데 치과의원을 이용한 환자는 전년보다 128.9% 늘어 전체 진료과목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의료관광을 포함한 관련 지출이 낳은 경제효과는 1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집트가 이제 발을 들이는 시장에서 한국은 이미 자리를 잡은 경쟁자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