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부기장이 기장을 칼로 찌르고 비행기를 추락시키려 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탑승객이던 치과의사가 과다출혈 상태의 기장 곁을 지키며 목숨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FlyDubai) 여객기에서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찌르고 조종 장치를 망가뜨리려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비행기는 가파르게 고도를 낮췄고, 탑승객 182명 중 상당수가 추락을 각오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종실 밖에서 벌어진 사투

조종실 문은 납치를 막으려 보통 잠겨 있지만, 인도 국적의 스미트 마치하르(Smit Machchhar) 기장은 칼에 찔리고도 간신히 그 문을 직접 열었습니다. 그 틈에 승객 몇 명이 통로를 뛰어가 부기장을 붙잡았습니다. 배관공 야니브 하윤(Yaniv Hayoun)은 조종 장치를 넘겨받아 비행기를 통제하려 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종 훈련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영화에서 본 장면을 떠올렸다는 그의 말을 벤야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가 현지 방송에서 전했습니다. 함께 타고 있던 영국인 조종사 두 명이 나서 비행기를 다시 안정시키고 조난 신호를 보냈고, 승객들은 헤드폰 줄로 부기장의 손을 묶었습니다. 항공 전문가들은 방향타가 뜯겨 나갈 정도로 가파른 급강하에도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은 것에 놀라움을 나타냈습니다.

치과의사가 지켜낸 기장의 숨

이 과정에서 치과의사 쇼타 무사예프(Shota Musayev)는 피를 많이 흘린 기장 곁에 머물며 상태를 살폈습니다. 무사예프는 "그는 계속 기도하고 있었고 저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말로 그를 잃을까 봐 두려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승객들은 다른 공격자가 더 있을지 몰라 객실을 경계하며 한 시간 가까이 비행했고, 비행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상 착륙했습니다.

비행기 기내 통로에서 한 사람이 쓰러진 다른 사람을 돌보며 지혈하는 모습
기내 통로에서 한 승객이 쓰러진 동승자를 돌보며 지혈하는 장면. 그림. AI 이미지

영웅이 된 승객들

이스라엘 국적 승객들은 텔아비브로 돌아온 뒤 환영을 받았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윤을 직접 안으며 "많은 생명을 구한 영웅"이라고 불렀고,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도 마치하르 기장을 "영웅"이라 불렀습니다. 마치하르 기장은 아랍에미리트 현지 병원에서 회복 중이며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기장의 신원과 동기는 사건 나흘이 지난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활주로에 비상착륙한 여객기 옆으로 소방차와 구급차가 대기하는 모습
비상착륙한 여객기 옆으로 소방차와 구급차가 대기하는 활주로의 모습. 사진. AI 이미지

한국에도 의료인이 아니거나 비번 중인 사람이 위급한 사람을 도왔다가 상대가 다치거나 숨지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민사책임은 모두 면하고 형사책임도 면하거나 줄여주는 조항이 있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따른 것으로, 비번인 의료인이 면허 범위에서 베푼 응급처치는 물론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의 응급처치도 이 조항의 보호를 받습니다. 두바이발 여객기에서 치과의사와 배관공이 보여준 행동이 한국에서 벌어졌더라도, 법은 그들의 선택을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