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이민자 구금시설에 갇혀 있던 아이티 출신 남성이 방치된 치아 감염 끝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검시 결과 확인됐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매리코파카운티 검시관실은 지난 5월 발표한 부검 보고서에서 에마뉘엘 다마스(56)의 사인을 목과 인후 부위 농양을 동반한 흉부 감염 합병증으로 결론짓고 사인 항목에 심각한 치아 문제도 함께 적었습니다. 다마스는 애리조나주 플로렌스의 민간 구금시설 센트럴애리조나플로렌스교정센터에 갇혀 있다가 지난 3월 스코츠데일의 한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검시관이 확인한 것
보고서를 보면 다마스는 지난해 10월 치과 진료에서 문제가 된 치아를 뽑으라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석 달 뒤 발치 순서가 됐을 때 그는 "더는 아프지 않다"며 거부했고 올해 2월 중순 다시 발치를 권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며칠 뒤 그가 목과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자 시설 직원은 의료실에 가라고 권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했다고 보고서는 전합니다. 2월19일 호흡부전으로 병원에 옮겨진 그는 상급 병원을 거쳐 3월2일 숨졌습니다.
가족 측이 다르게 전하는 대목
다마스 가족을 대리하는 변호사 레이먼드 오데인은 성명에서 그가 "치통에서 시작해 머리와 목 부위로 내려간 감염 때문에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며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날 밤을 포함해 여러 차례 시설 직원에게 의료 지원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시관의 보고서가 그린 그림과는 결이 다른 주장입니다. 구금시설을 운영하는 민간교정업체 코어시빅은 연방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구체적 진료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모든 피구금자에게 적절하고 시의적절한 의료 조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ICE는 AP통신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치아 문제가 사인으로 남은 유일한 사례
다마스는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이 시작된 지난해 1월 이후 ICE 구금시설에서 숨진 51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AP통신이 사인이 공개된 36명의 기록을 확인한 결과 치아 문제가 사인이나 사망 요인으로 명시된 사례는 다마스가 유일했습니다. 대다수는 자연사로 분류됐지만 전문가들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막을 수 있었던 경우가 많다고 지적해 왔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건강보험이 없는 이주노동자가 치과 진료를 미루다 병을 키우는 경로는 완전히 막혀 있지 않습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근로자와 그 가족, 결혼이민자, 난민 등에게 입원·수술비의 90%까지 지원합니다. 다만 지원 범위가 입원과 수술로 한정돼 있어 발치처럼 통원으로 끝나는 치과 외래 진료는 대상에서 빠집니다.
결국 다마스의 사례는 치통 하나를 방치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보험 밖에 놓인 사람들에게 치과 외래가 여전히 지원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