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 의료를 담당하는 연방 보건기관이 충치 치료에 쓰던 수은 아말감 충전재를 2027년까지 완전히 걷어내기로 했습니다. 민간 치과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춘 재료가 저소득층이 많이 찾는 공공 치과에만 남아 있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인디언보건서비스(IHS)는 지난 2월 수은이 든 아말감 충전재, 이른바 "은색 충전재"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레진 등 대체 재료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IHS는 약 280만 명의 원주민·알래스카 원주민 환자를 담당하는 연방기관입니다.

쓰임새는 이미 줄고 있었다

아말감 사용은 미국 전역에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습니다. 200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말감 충전재의 위험 등급을 낮음에서 중간으로 올려 조정한 뒤 업계는 치아색과 비슷한 레진 충전재로 빠르게 옮겨갔습니다. IHS 내부 자료를 보면 아말감 충전을 받은 환자 비율은 2005년 12%에서 2023년 2%까지 떨어졌습니다. 다만 FDA와 미국치과의사협회(ADA)는 아말감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롭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충치 부위를 각각 아말감과 레진으로 채운 치아 단면을 나란히 비교한 그림
아말감은 수은이 섞인 금속 충전재고, 레진은 치아색에 가까운 합성수지 충전재다

국제 협약이 배경에 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수은에 관한 국제 협약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각국에 치과용 아말감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라고 권고해 왔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이 가입한 미나마타협약 당사국들은 지난해 11월 2034년까지 아말감 사용을 전면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AP 통신이 전했습니다. IHS가 잡은 2027년 목표는 이 국제 일정보다 7년 빠릅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성명에서 "환자를 보호하고 피해가 생기기 전에 막는 상식적인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그래도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

다만 정책의 효과가 미국 전역에 고르게 미치지는 않습니다. 국제인디언조약위원회의 로셸 다이버 환경조약 조정관은 "세계 나머지 지역은 이미 몇 광년 앞서 있다"며 IHS 환자들이 민간에서는 낡은 취급을 받는 치료를 그대로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수은프리치과세계연합 회장 찰스 브라운은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이드 상당수가 여전히 아말감 충전을 보장하고 있다며 "메디케이드에 의존하거나 인디언보건서비스, 교도소 같은 곳에 있는 환자는 선택권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아말감 제거 진료는 여전히 건강보험 급여 대상입니다. 영남대 의과대학 치과학교실 강소희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2018년 진료 데이터와 아말감 1개당 평균 무게(0.2g, 수은 함유량 50%)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는 아말감을 갈아내는 과정에서 매년 약 93.4㎏의 수은이 환경으로 흘러드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형광등 900만~1800만 개에 든 수은과 맞먹는 양입니다.

치과 진료실에서 나온 수은이 회수 장치를 거쳐 별도 폐기물로 분리되고, 하수구로 가는 경로는 막혀 있는 흐름도
치과에서 나오는 수은은 회수 장치를 거쳐 별도로 모아야 하수구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말감 폐기물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대상이 아니고 분리배출 기준도 따로 없습니다. 수은 회수 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미국 환경보호청이나 어린이·임산부에게 아말감 사용을 금지한 유럽연합과 비교하면 한국은 사용을 줄이는 단계에 머물러 있고 폐기 단계 관리는 이제 막 논의되는 수준입니다. 연구팀은 거점별로 폐기물을 모아 처리하면 개별 처리보다 비용을 최대 96% 넘게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