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잇몸 염증으로 시작해 몇 주 만에 얼굴 조직과 뼈까지 파괴하는 감염병 '노마병' 환자가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무료 안면 재건 수술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북서부 소코토주의 노마아동병원에서는 세 살 때 노마병에 걸린 이브라힘 달하투가 2021년부터 여섯 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올해 여덟 살이 된 이브라힘은 코 안쪽 누공을 없애는 수술을 마친 뒤 예전처럼 먹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잇몸 염증이 2주 만에 얼굴을 무너뜨린다
노마병은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오염된 환경에 놓인 2~6세 아이에게 주로 나타납니다. 잇몸이 붓는 가벼운 염증으로 시작하지만 빠르게 번져 입 주변 연조직과 뼈를 무너뜨립니다. 소코토 노마아동병원의 아부바카르 압둘라히 벨로 병원장은 "이 병은 짧은 기간에 구강 조직을 파괴한다"며 "치료받지 못하면 발병 2주 안에 조직을 먹어치운다"고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8년 집계에서 노마병 환자를 연간 14만 명으로 추산하고 치료받지 못했을 때 치명률을 90%로 봤을 뿐 아직 통계를 새로 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올해 국제학술지 랜싯글로벌헬스에 실린 연구는 소코토 병원 자료를 바탕으로 1999년부터 2024년까지 나이지리아 북부 12개 주에서 노마병 환자가 5만 명 넘게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세네갈과 모리타니에서 에티오피아까지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지역은 '노마 벨트'로 불릴 만큼 이 병이 집중돼 있습니다.

무료 수술로 다시 웃는 아이들
나이지리아에서는 노마병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매년 세 차례 여러 단계로 나뉜 무료 재건 수술을 진행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브라힘의 아버지이자 이슬람 교사인 무하마드 달하투는 "치료비가 없어 걱정했는데 무료라는 말을 듣고 정말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소코토 병원에는 2023~2025년 사이에만 500명 넘는 아이가 다녀갔지만 아직 수술을 기다리는 아이도 많습니다. 2024년 노마병에 걸린 네 살 아들을 둔 마리암 사비우는 아이 왼쪽 뺨에 왼쪽 눈까지 이어지는 구멍이 생겼지만 나이가 어려 아직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노마병을 전문으로 보는 병원은 소코토와 2023년 문을 연 아부자, 단 두 곳뿐입니다.

40년 만에 받은 이름표
세계보건기구는 2023년 12월 노마병을 공식 소외열대질환으로 인정했습니다. 소외열대질환은 오랫동안 국제 사회의 관심과 연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질병을 가리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노마병을 절대빈곤을 보여주는 지표라 부르며 조기에 치료하면 병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콜라 올루이데 국경없는의사회 나이지리아 의료 코디네이터는 "조직 손실을 막고 나중에 재건 수술을 받지 않도록 지역사회에 조기 내원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아프리카사무소의 유카 마키노 구강보건 기술관은 노마병이 117종에 이르는 서로 다른 미생물이 관여하는 기회감염이자 다균성 감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빈곤과 중증 영양실조를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습니다.
노마병은 19세기 유럽에도 있었지만 영양 상태와 의료 접근성, 생활 환경이 나아지며 20세기 들어 산업화된 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의학 데이터베이스에서도 노마병을 다룬 보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은 2023년 세계보건기구의 소외열대질환 지정 소식을 전하며 '노마병'이라는 이름을 썼지만 이 병은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