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지난 3월 사설 치과 진료비가 가파르게 오른다며 시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정작 위기의 뿌리는 국가가 운영하는 국가보건서비스(NHS) 치과 진료가 갈수록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설 진료비, 2년 만에 20% 넘게 뛰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 시장의 경쟁 상태를 감시하는 정부기관)은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의 요청을 받아 지난 3월 사설 치과 진료 시장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사설 치과의 첫 상담료는 23% 넘게 올라 80파운드(약 15만 원)가 됐고 기존 환자의 정기 검진료도 14% 올라 55파운드(약 10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같은 검진을 NHS에서 받으면 27.90파운드(약 5만 원)면 됩니다. 크라운 2개를 씌우는 비용은 NHS에서 332.10파운드(약 61만 원)지만 사설 치과에서는 최소 1,000파운드(약 183만 원), 도자기 재질을 쓰면 2,000파운드(약 366만 원)를 넘습니다.
영국의 사설 치과 시장은 약 84억 파운드(약 15조 4000억 원) 규모지만 대형 기업형 치과는 전체 1만 2000곳 중 2000곳에 그치고 1~2개 지점을 운영하는 독립 치과가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시장이 한쪽에 몰려 있지 않다는 뜻이라 가격이 오른 이유를 경쟁 부족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위기는 정작 국가보건서비스에 있다
영국치과의사협회(BDA)는 이번 조사 요청을 두고 정부가 NHS 치과 예산을 제대로 늘리지 못한 것을 가리려는 "무늬만 명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근 2년 안에 NHS 치과를 찾은 성인 비율은 2023년부터 40%대에 머물러 있는데 코로나19 이전인 49%보다 낮습니다. NHS 치과 예산도 2019~2020년 36억 6000만 파운드(약 6조 7000억 원)에서 2023~2024년 31억 1000만 파운드(약 5조 6900억 원)로 줄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진료 종류마다 정해진 점수인 진료활동단위(UDA) 제도가 있습니다. 치과의사는 한 해 배정받은 점수의 96~102%만큼 진료해야 하고 그 이상을 진료해도 추가 보상은 없습니다. 반대로 못 채우면 이미 받은 돈을 환수당합니다. 단순 충전과 오래 걸리는 신경치료가 같은 점수로 계산되다 보니 치과의사들이 손이 많이 가는 NHS 환자를 피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치과들이 이런 이유로 돌려보낸 NHS 진료비만 9억 파운드(약 1조 6500억 원)에 이릅니다. 영국 의회 공공회계위원회는 이 제도를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노동당 정부가 지난 4월 진료 시간과 난이도를 반영하도록 보상 방식을 바꿨지만 BDA는 예산 자체는 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매튜 브루커는 이대로면 치과에 못 가 스스로 이를 뽑거나 치아 감염이 온몸에 퍼지는 패혈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더 늘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를 다룬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으로 스케일링을 연 1회, 만 65세 이상은 임플란트를 평생 2개까지, 틀니는 7년에 1회까지 급여로 지원하며 본인부담률은 30%입니다. 나이와 개수에 제한이 있지만 치과 진료 자체를 받지 못해 응급실을 찾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