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삐뚤빼뚤하거나 색이 칙칙해 보일 때 치아 표면에 얇은 조각을 붙여 앞니를 하얗고 가지런하게 만드는 시술을 라미네이트라고 부릅니다. 미국에서는 이 라미네이트를 치과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광고를 보고 신청했다가 이가 손상되는 사고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경찰은 2024년 10월 팔로워 15만 8000명을 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스스로를 애틀랜타 최고의 라미네이트 전문가이자 강사로 소개해 온 브랜던 딜러를 면허 없이 치과 진료를 한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풀턴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딜러가 팔아 온 시술 교육과 수료증은 아무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식 치과 절반 값에, 미용실과 호텔방에서
이런 시술자들은 스스로를 '라미네이트 테크니션'이라 부르며 병원이 아니라 미용실이나 호텔방, 자기 집에서 손님을 받습니다. 여러 도시를 돌며 예약을 받기도 합니다. 정식 치과에서는 라미네이트 한 개에 보통 140만~280만원(1000~2000달러)을 받는데 이들은 앞니 여러 개를 한 세트로 씌워 주는 값을 560만원이나 700만원(4000달러 또는 5000달러)의 정액 요금으로 광고합니다. 정식 진료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입니다. 앞서 올해 초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도 '베니어 엑스퍼츠'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올려 온 여성이 면허 없이 치과 진료를 한 혐의로 체포됐는데 이 여성은 네바다주에서도 같은 혐의로 붙잡힌 전력이 있었습니다.
한번 깎아낸 치아는 되돌릴 수 없다
라미네이트를 붙이려면 먼저 치아 겉면인 에나멜을 얇게 깎아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되돌릴 수 없어서 미국치과의사협회는 라미네이트를 비가역적 시술로 분류합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교정 전문 치과를 운영하는 잭 트루먼은 AP통신에 "너무 깊이 깎으면 신경과 혈관이 있는 치수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취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극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충치나 잇몸병이 있는 치아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그 위에 라미네이트를 씌우면 병을 그대로 가둬 두는 셈이어서 결국 이를 뽑아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미국치과의사협회 "면허부터 확인하라"
미국치과의사협회는 최근 무자격 라미네이트 시술의 위험성을 거듭 경고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이자 협회 대변인인 에이다 쿠퍼는 "면허를 가진 치과의사가 빠지면 시술의 질을 담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협회는 치과의사가 되려면 여러 해의 교육과 훈련을 거쳐 여러 기관의 면허를 따야 한다고 설명하며 주마다 다른 면허 조회 사이트를 안내해 시술 전 확인을 당부합니다.
한국에서는 의료법 27조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 자체를 전면 금지하고 있어 미국보다 원칙이 더 엄격합니다.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고 돈을 벌 목적이었다면 보건범죄단속법에 따라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으로 더 무겁게 처벌됩니다. 올해 5~6월에도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체험단을 이용해 무자격 피부 시술을 광고하던 업자들이 잇따라 적발됐습니다. 아직 라미네이트를 SNS로 광고하다 적발된 사례가 국내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같은 법이 치아 시술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