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흔들리던 아이의 유치가 빠졌는데, 빠진 치아를 보니 뿌리 부분이 짧거나 거의 안 보입니다. 혹시 뿌리가 부러져서 일부가 잇몸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짧은 답변

빠진 유치의 뿌리가 짧거나 거의 안 보이는 것은 대부분 정상적인 과정의 결과입니다. 유치는 뒤따라 올라오는 영구치에 밀려 뿌리가 스스로 녹아 없어지도록 되어 있어서 뿌리가 다 녹은 뒤 크라운(잇몸 위로 드러나는 치아머리) 부분만 남아 빠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다만 빠진 치아를 눈으로 보거나 사진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뿌리 조각이 잇몸 속에 남았는지, 실제로 부러진 것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빠진 자리가 계속 붓거나 아프거나 낫지 않는다면 치과에서 직접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

왜 그런가요?

유치 뿌리는 원래 스스로 녹아 없어집니다

유치는 영구치와 달리 처음부터 뿌리가 영구히 남아 있도록 만들어진 치아가 아닙니다. 만 4세 무렵부터 뿌리가 녹기 시작해 10~11세까지 이 과정이 이어지는데, 자극이 되는 것은 그 밑에서 올라오려는 영구치(계승 영구치)가 미는 힘입니다. 이 힘을 받아 파치세포(뼈나 치아 조직을 녹이는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뿌리를 서서히 없애 갑니다. 먼저 뿌리 바깥쪽에서 뿌리 길이의 절반 정도까지 녹아 들어가는 흡수가 일어나고 그 뒤로는 치아 안쪽 신경관 벽에서부터 녹는 흡수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유치가 흔들리다 자연스럽게 빠질 때는 이미 뿌리 대부분이 녹아 없어진 뒤인 경우가 많고 뿌리가 짧거나 거의 안 보이는 모습으로 빠지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결과에 가깝습니다.

뿌리가 흡수되는 속도나 모양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모든 유치가 같은 속도로 조용히 뿌리를 흡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치아 신경에 염증이 있었거나 뿌리 끝 주변 조직에 염증이 있었던 경우, 예전에 그 치아가 외상을 입었거나 신경치료를 받아 유착(치아와 뼈가 들러붙는 현상)이 생긴 경우, 뒤에서 올라오는 영구치배의 위치가 원래와 다른 경우, 그 자리에 육아종이나 낭종이 있는 경우, 공간유지장치를 지지하는 치아에 무리한 힘이 가해진 경우에는 뿌리가 비정상적으로 흡수되어 예정보다 일찍 빠지거나 반대로 늦게까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이 있었던 치아라면 뿌리 모양이 유독 짧거나 고르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이 역시 뿌리가 부러진 것과는 다른 현상입니다.

진짜로 뿌리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뿌리가 녹아 없어지는 유치와, 파절선을 따라 뿌리 조각이 잇몸 속에 남는 경우를 비교한 그림

치근(뿌리) 파절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외상으로 치아를 부딪혔을 때 뿌리가 부러질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만 3~4세는 생리적으로 뿌리 흡수가 이루어지는 시기와 겹쳐서 이 무렵 외상을 입으면 치근 파절이 비교적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경우 치아가 흔들리지(동요) 않으면 치과에서는 일단 경과를 관찰하고 부러진 뿌리끝 조각은 굳이 꺼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흡수되어 사라집니다. 치과에서 다른 유치를 뽑는 과정에서도 뿌리가 부러지는 일이 생깁니다. 유구치(어금니 역할을 하는 유치)의 뿌리는 가늘고 양옆으로 벌어진 모양이라 발치 중 부러지기 쉬운데, 이때도 조각이 작고 뼈 속 깊이 있으며 감염 징후가 없으면 억지로 수술해 꺼내기보다 그대로 두는 쪽을 택합니다. 무리해서 파내려다 바로 아래에 있는 영구치배를 다치게 할 위험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남겨진 작은 조각은 뒤이어 올라오는 영구치에 밀려 저절로 녹거나 밖으로 배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정상적인 뿌리 흡수와 실제 치근 파절은 결과물만 봐서는 구분하기 어렵고 조각이 잇몸 속에 남아 있는지도 겉모습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치아가 흔들리다 저절로 빠졌고 빠진 자리에 붓기나 통증, 고름 같은 감염 징후가 없다면 대개 정상적인 교환 과정으로 보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빠지기 전 그 치아에 부딪힘 같은 외상이 있었거나 빠진 자리가 계속 아프거나 붓는다면, 치과에서 방사선 사진으로 확인해야 실제로 조각이 남아 있는지, 남아 있다면 그대로 지켜봐도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조각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감염 징후가 없으면 대부분 바로 제거하지 않고 정기적인 방사선 검사로 지켜보면서 영구치가 제자리로 나오는지 함께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