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혼합치열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인데 유치가 빠진 자리에 몇 달째 영구치가 올라오지 않습니다. 반대쪽 같은 자리는 이미 영구치가 나와 있어서 이 상태로 계속 기다려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짧은 답변

영구치가 나오는 속도는 아이마다 차이가 있어 조금 늦어지는 것 자체는 흔한 일입니다. 다만 반대쪽 같은 치아는 이미 나왔는데 한쪽만 유난히 늦거나 예상 시기를 한참 지나도 자리가 비어 있다면 방사선 사진으로 그 아래 상황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확인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영구치가 올라올 자리(공간)가 충분한지, 그 자리를 막고 있는 다른 조직이 있는지, 치아 자체가 깊이 묻혀 있는지(매복)입니다. 이 세 가지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지켜보기만 해도 되는 경우와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나뉘기 때문에 사진 없이 짐작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왜 그런가요?

유치가 빠지는 것과 영구치가 나오는 것은 원래 이어진 과정입니다

유치의 뿌리는 그 아래에서 올라오는 영구치가 미는 힘을 받아 서서히 흡수되며 짧아지다가 빠집니다. 이 흡수는 보통 만 4세 무렵 시작해 10~11세까지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즉 유치가 정상적으로 빠졌다는 것은 그 시점에 이미 영구치가 밀고 올라오는 힘을 내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치가 빠진 뒤에도 영구치가 한참 안 보인다면 영구치 자체가 없는 것이라기보다는 올라오는 길의 어딘가가 막혀 있을 가능성을 먼저 살펴보게 됩니다.

맹출 시기에는 아이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앞니가 유치에서 영구치로 바뀌는 시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이고 송곳니와 작은어금니가 바뀌는 시기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입니다. 두 시기 사이에는 겉으로 큰 변화가 없는 휴지기가 있어 이 기간에는 원래도 새로 나오는 치아가 적습니다. 치아가 올라오는 속도 자체도 성장 속도나 사춘기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또래보다 몇 달 늦는 정도는 지켜볼 수 있는 범위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반대쪽 같은 치아와 비교했을 때 뚜렷하게 차이가 나거나 예상 시기를 한참 지나도 변화가 없다면 이 개인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확인 1: 올라올 자리가 충분한가

유치가 예정보다 일찍 빠지면 그 옆 치아들이 빈자리 쪽으로 조금씩 기울거나 밀려 들어오면서 나중에 나올 영구치의 자리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이런 자리 감소는 유치를 잃은 뒤 6개월 안에 대부분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자리가 좁아지기 전에 옆 치아의 이동을 막아 주는 장치를 끼우는 것이 흔한 예방법입니다. 실제로 유구치를 발치한 직후 이 장치를 장착했더니 1년 뒤 그 아래 있던 작은어금니가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고 올라온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자리는 충분한데도 영구치가 정상 경로에서 벗어나 옆으로 치우친 방향으로 자라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위에 남아 있는 유치를 발치하고 자리를 지켜 주는 장치를 끼운 뒤 몇 달 관찰하는 것만으로 제자리를 찾아 올라온 사례도 있습니다.

확인 2: 올라오는 길을 막고 있는 것이 있는가

원래 있어야 할 치아 외에 여분으로 하나 더 자란 치아를 과잉치라고 하며 위턱 앞니 사이에 가장 흔하게 생깁니다. 과잉치는 영구치의 맹출을 늦추고 위치를 틀어지게 하며 뿌리를 흡수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원인이어서 발견되면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밖에 치아종(치아를 만드는 조직에서 생기는 양성 종양)이나 아직 나오지 않은 치아뿌리를 감싸며 자라는 물혹인 함치성낭도 올라오는 길을 막는 물리적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장애물을 없앤 뒤의 경과는 매복된 깊이와 치아 뿌리가 얼마나 자랐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매복이 얕고 뿌리가 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면 장애물만 없애도 스스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과잉치에 눌려 옆으로 밀려나 있던 아이의 앞니가 과잉치를 제거한 지 1년 8개월 만에 저절로 올라온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매복이 깊거나 뿌리가 이미 다 자란 뒤라면 장애물을 없애도 치아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아 잇몸을 열어 노출시키고 교정 장치로 끌어올리는 치료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습니다.

확인 3: 치아 자체가 깊이 묻혀 있는가(매복)

정상적으로 나올 시기를 지나서도 잇몸이나 뼈 속에 묻힌 채로 있는 치아를 매복치라고 합니다. 매복은 아래턱 사랑니에서 가장 흔하고 위턱 송곳니, 위·아래턱 작은어금니, 위턱 앞니 순서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원인은 치아 싹이 원래 자리에서 벗어나 있거나 앞서 말한 과잉치·치아종·물혹 같은 물리적 장애물, 또는 치아를 둘러싼 인대 조직의 문제 등입니다. 파노라마 방사선 사진이나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위치를 확인하며 원인에 따라 장애물 제거, 자리 확보, 잇몸을 열어 노출시키는 처치, 교정적으로 끌어올리는 치료를 조합해 진행합니다.

영구치가 늦게 나올 때 확인하는 세 가지 경우를 비교한 그림. 자리가 좁을 때, 막고 있는 것이 있을 때, 깊이 묻혀 있을 때(매복)

그러니 유치가 빠진 자리에 영구치가 눈에 띄게 늦게 나온다면 방사선 사진으로 자리와 장애물, 매복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사진만으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위치를 더 정확히 보기 위해 컴퓨터 단층촬영 같은 정밀 영상을 추가로 찍기도 합니다. 확인 결과에 따라 지켜보기만 해도 되는 경우와 장애물을 없애거나 교정적으로 끌어올리는 처치가 필요한 경우로 나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