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신경치료(근관치료)를 마친 뒤 경과를 보기 위해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에서 치아 뿌리 부분에 검게 비어 보이는 부분을 발견하고 걱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진만 보고 치료가 잘못됐는지, 다시 신경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고민을 다룹니다.
짧은 답변
엑스레이 한 장에 보이는 빈 공간만으로 재치료 여부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그 빈 공간이 충전재 내부의 빈틈인지 치근 끝 주위에 남아 있는 방사선 투과상인지부터 구분해야 하고 두 경우 모두 통증이나 붓기 같은 증상이 있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부위가 좁아지는지 커지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치료 직후에는 문제없이 보이던 부위가 치유 과정 중에 일시적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증상 없이 잘 낫고 있는데도 사진에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사진 한 장보다는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이어서 보는 것이 판단의 핵심입니다.
왜 그런가요?
충전재 안에 빈틈이 남아 있는 경우

신경치료의 마지막 단계는 세균을 제거한 치근 내부 공간을 충전재로 빈틈없이 메우는 근관충전입니다. 이 충전의 목적은 단순히 구멍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구강이나 치근단 조직에서 오갈 수 있는 세균과 조직액의 통로를 근단, 측방, 치관 방향 모두에서 차단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새는 곳 없이 완전히 막는 것을 밀폐라고 부르는데, 미국의 한 연구(Washington study)는 근관치료 실패의 58.66%가 이 밀폐가 불충분했던 경우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충전재가 치근 끝의 좁아지는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짧게 멈추면 그 아래 빈 공간에 조직액이 고이면서 세균이 다시 자랄 자리가 됩니다. 다만 충전재 끝이 치근 끝에서 0mm에서 2mm 사이에 있으면 미국근관치료학회 기준으로 적절한 충전으로 봅니다. 즉 엑스레이상 충전재가 치근 끝까지 딱 맞게 닿아 있지 않다고 해서 그 자체가 실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근관 충전이 짧게 끝난 치아가 5년이 지난 사진에서도 별다른 증상 없이 유지된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충전이 짧으면서 통증이나 붓기, 치근단 부위의 병소가 새로 생기거나 커지는 변화가 함께 있다면 그때는 밀폐가 실제로 부족했다는 신호로 봅니다.
치근 끝 주위에 남은 어두운 부분이 치유의 흔적일 수 있습니다

신경치료를 받기 전 치아 안의 세균이 치근 끝 주변 조직까지 번지면 치근단치주염이라는 염증이 생기고 그 자리의 뼈가 흡수되어 엑스레이에서 어둡게 비칩니다. 신경치료로 감염원을 없애고 나면 이 조직은 곧바로 회복되지 않고 새로운 뼈로 서서히 채워지는데, 완전히 치유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립니다. 이 기간 동안 방사선 사진을 다시 찍어 보면 어두운 부분이 점점 옅어지고 뼈의 결(골 소주)과 치근을 둘러싼 얇고 흰 경계선(치조백선)이 다시 뚜렷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병소가 협측과 설측(뺨쪽과 혀쪽) 뼈를 모두 뚫고 지나갈 정도로 컸던 경우에는 그 자리가 새 뼈 대신 섬유성 결합조직으로 채워지며 치유가 끝나기도 합니다. 이때는 조직이 이미 안정된 상태인데도 엑스레이상 방사선 투과상이 계속 남아 반흔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큰 치근단 병소를 치료한 뒤 5년이 지난 사진에서도 치근단 부위의 투과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지만 증상이나 다른 징후가 전혀 없었고 치근 주위 경계도 뚜렷했던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런 반흔은 근관 안의 감염이 남아 실패로 진행되는 경우와 겉보기에 비슷해 보일 수 있어 사진만으로 감별해 불필요하게 다시 치료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재치료 여부는 무엇을 함께 보고 판단하나요
이 때문에 치료 실패 여부를 정할 때는 방사선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함께 살핍니다. 치료 경위와 증상의 변화, 치아를 가볍게 두드려 반응을 보는 타진 검사 같은 임상 소견, 이전 사진과 비교했을 때 병소가 커졌는지 작아졌는지와 같은 시간에 따른 영상 변화, 여기에 보철물 상태나 잇몸 상태까지 함께 고려해 판단합니다. 그 결과도 반드시 재치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이 없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일정 기간을 두고 경과를 지켜보기도 하고 충전재 안의 빈틈이 실제 원인으로 확인되면 기존 충전재를 제거하고 다시 채우는 비외과적 재치료를 고려하며 근관 안쪽 접근이 어렵거나 반흔이 아닌 실제 병소가 남아 있다면 외과적 치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엑스레이에서 빈 공간을 봤다면 지금 본 사진만으로 스스로 결론 내리기보다, 지금 증상이 있는지와 이전 사진이 있다면 그 사진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담당 치과에 함께 확인하는 것이 정확한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