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치과 체인 애스펀 덴탈이 빚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사무장 치과' 논란으로 캘리포니아주에 230만 달러를 물게 됐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실은 지난 5월 애스펀 덴탈 매니지먼트를 상대로 소송을 내고 일주일 만에 합의했다고 법률전문매체 에이커만이 전했습니다. 비의료인 회사가 치과의사의 임상 결정과 운영을 사실상 장악했다는 것이 핵심 혐의였습니다.

환한 대기실에서 두 직원이 접수대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환자들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치과 병원 내부
치과의사 명의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영은 외부 관리회사가 맡는 미국 치과 체인의 접수 공간을 설명하는 사진. AI 이미지

빚 위기 와중에 터진 소송

이 매체는 지난달 4조 원에 이르는 빚에 허덕이는 애스펀 덴탈의 모회사 소식을 전했습니다. 소송은 그보다 앞선 지난 5월 1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롭 본타 명의로 제기됐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애스펀 덴탈이 치과의사 명의로 병원을 열어 놓고 실제로는 관리회사가 수익 기반 수수료를 매기고 병원 부동산을 소유하며 임상 인력 채용까지 직접 챙겼다고 봤습니다. 겉으로는 치과의사가 운영하는 것처럼 꾸몄지만 속은 사모펀드가 쥐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애스펀 덴탈이 물은 것들

양측은 소송 일주일 만인 5월 7일 합의했습니다. 민사 벌금 200만 달러에 환자 배상금 30만 달러를 더해 애스펀 덴탈이 내야 할 돈은 230만 달러로 정해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36개월 동안 독립 감시자를 둬야 하는 의무도 따라붙었습니다. 허위·과장 광고 혐의도 함께 걸렸는데 소유 구조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무료 검진을 내세운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렇게 빠른 합의는 캘리포니아주가 치과 체인의 운영 구조를 그만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저울을 든 정의의 여신상과 법봉, 서명된 서류 뭉치가 놓인 나무 책상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실과 애스펀 덴탈의 소송 합의를 설명하는 사진. AI 이미지

캘리포니아가 꺼낸 새 무기, SB 351

이 소송에는 작년 10월 캘리포니아주가 새로 만든 법 SB 351 위반 혐의도 여럿 포함됐습니다. 이 법은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치과 경영에 관여하더라도 환자 수 할당, 진료 항목 제한, 진료의뢰 개입, 검사 항목 지정, 진료 시간 제한 같은 임상 결정에는 손대지 못하게 막습니다. 치과의사가 운영 방식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계약 조항도 금지했습니다. 캘리포니아치과의사회가 이 법안을 직접 발의하도록 밀어붙인 배경에는 사모펀드가 사들인 치과 체인이 빠르게 늘어난 현실이 있습니다. 이번 합의는 이 법이 만들어진 뒤 나온 가장 구체적인 집행 사례로 꼽힙니다.

국내에서는 애초에 이런 분쟁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의료법 제33조가 치과의사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의 치과 개설 자체를 막기 때문에 비의료인이 치과를 운영하면 사무장병원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반면 미국은 치과의사 명의만 유지하면 경영 전반을 외부 자본에 맡기는 구조(MSO)가 합법이라 사모펀드가 관리회사를 통해 치과 체인을 늘려 왔고 그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이번 합의가 가늠하게 해준 셈입니다. 국내에서도 치과의사 명의만 빌린 사무장 치과 적발 사례가 드물지 않은 만큼 소유와 운영을 가르는 기준을 더 뚜렷하게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