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최대 민영은행 브라데스코(Bradesco)가 치과보험 자회사 오돈토프레브(Odontoprev)를 몸통 삼아 병원과 동네의원까지 아우르는 헬스케어 그룹을 새로 만듭니다. 보험사가 진료 네트워크까지 한 회사 소유로 묶는 방식이라 국내 치아보험과는 결이 다른 그림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두 회사는 최근 헬스케어 자산을 합쳐 이름을 '브라드사우드(Bradsaude)'로 바꾸는 역합병 계약을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돈토프레브가 존속법인이 되고 그 위에 브라데스코의 건강보험 부문 브라데스코사우드, 건강플랜 운영사 메디서비스, 병원 투자회사 아틀란티카, 헬스테크 기업 오리존, 1차진료 클리닉 네트워크 메우도우토르노바메드가 차례로 얹힙니다. 합쳐진 회사가 관리하는 가입자는 1300만 명이 넘습니다.

유리 외벽의 고층 금융가 건물과 오가는 사람들
은행과 보험사가 하나로 묶이는 금융가 사옥을 담은 사진. AI 이미지

신주 발행 없이 몸집을 키우는 법

이번 거래는 새 주식을 찍어 파는 통상적인 기업공개가 아니라 역합병(존속법인을 상대 회사로 삼아 우회로 상장시키는 방식)입니다. 오돈토프레브에 이미 지분을 쥐고 있던 브라데스코는 거래가 끝나면 지분을 91%까지 끌어올리고 이 오돈토프레브 이름으로 헬스케어 부문 전체를 우회 상장시킵니다. 후속 유상증자는 당장 계획하지 않고 있으며 거래소 상장 규정이 요구하는 유통주식 비율은 예외를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은행 자체 가치보다 낮은 배수로 새로 상장하는 대신 오돈토프레브 안에서 거래를 짜 더 높은 배수를 확보하려는 계산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예상 매출은 520억 헤알, 우리 돈으로 약 14조 원입니다. 기업가치는 400억~500억 헤알(약 11조~13조 원) 사이로 제시됐고 브라데스코 측은 상단에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오돈토프레브 주가는 장중 한때 29% 뛰어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브라데스코 주가도 4.4%까지 올랐습니다. 반면 경쟁 헬스케어 기업들의 주가는 내렸습니다.

한국의 치아보험과는 다른 그림

국내에서 브라데스코나 오돈토프레브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거래가 보여주는 구조는 국내 치아보험과 결이 다릅니다. 국내 치아보험은 손해보험사가 파는 정액형 상품입니다. 약관에 정해진 치료 항목마다 미리 정한 금액을 지급할 뿐 병원이나 치과와 한 몸으로 묶여 있지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이 임플란트나 크라운처럼 비용이 큰 치료 대부분을 비급여로 남겨두면서 그 공백을 메우는 별도 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치과 접수 창구에서 직원과 환자가 보험 카드를 주고받는 모습
접수 창구에서 보험 카드를 주고받는 장면을 담은 사진. AI 이미지

반면 브라드사우드는 보험과 병원, 치과, 동네의원을 한 회사 소유로 묶어 가입자가 보험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진료를 받는 순간까지 관리합니다. 자본을 끌어오는 방식도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사모펀드가 빚을 얹어 애스펀 덴탈 같은 치과 체인을 사들였다가 되레 그 빚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브라데스코는 빚 대신 이미 상장된 자회사를 지렛대 삼아 신주 발행 없이 몸집을 키우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번 개편은 브라질 환자에게는 보험 가입부터 진료까지 한 회사 안에서 이어지는 경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진료실에 곧바로 영향을 주는 거래는 아닙니다. 오돈토프레브도 브라드사우드도 한국에 지사나 유통망이 없고 국내 치아보험 상품과 직접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다만 보험사가 진료 네트워크까지 소유하는 모델이 해외에서 자리를 넓혀가는 흐름은 정액형 상품에 머물러 있는 국내 치아보험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바뀔 수 있을지 가늠하는 참고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