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 중 피와 침을 빨아들이는 석션을, 치과위생사 대신 로봇팔이 잡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덴탈로보틱스(Dental Robotics)가 이 로봇으로 시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AI엔젤클럽, 씨엔티테크, 피플인베스트먼트,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네 곳이 이번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로봇팔이 맡은 건 석션 하나
덴탈로보틱스의 로봇은 3D CBCT(치과용 컴퓨터단층촬영)와 구강스캐너로 찍은 데이터를 겹쳐 환자의 입속을 100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지도화합니다. 여기에 실시간 비전 인공지능이 침과 피, 치아, 잇몸을 구분해 인식하면 6축 로봇팔이 스스로 석션 위치를 찾아 움직입니다. 정합 정확도는 0.25밀리미터 이하이며 210개 사례로 검증한 결과 98.6%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로봇 끝에는 50그램부터 감지하는 압력센서를 달아 접촉을 감지하면 피하거나 멈추고 전류를 차단하는 3중 안전장치도 뒀습니다.

치과위생사가 하루 2시간 반을 쏟는 일
덴탈로보틱스를 세운 건 현직 치과의사 김남균 공동대표와 컴퓨터공학 전문가 엄세현 공동대표입니다. 두 사람이 이 로봇을 만든 이유는 치과위생사 등 보조 인력 부족입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치과위생사 한 명이 하루 평균 2.5시간을 석션 업무에 씁니다. 회사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과 임상 검증을 진행하며 석션을 시작으로 스케일링과 치주 치료, 발치 보조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입니다. 상용화 전에 국내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먼저 받은 뒤 디지털 의료기기 인증과 해외 인증을 거쳐 2028년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틈새를 겨냥한 국내 시도는 또 있습니다. 치과 로봇 스타트업 덴트로닉은 지난 3월 미국 액셀러레이터 사우스파크커먼스의 펠로우십 프로그램에서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투자받아, 석션과 리트랙션 같은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6자유도 로봇팔 '덱서'를 개발 중입니다. 두 회사가 같은 해에 비슷한 로봇을 들고 나온 것은 치과 보조 인력난이 투자자들 눈에도 들어오는 시장이 됐다는 뜻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치아를 깎는다
국내 로봇들이 석션과 리트랙션처럼 치아에 직접 손대지 않는 일부터 맡기는 사이, 해외 로봇은 한발 더 나가 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퍼셉티브(Perceptive)는 콜롬비아 바랑키야에서 실제 환자를 상대로 크라운을 씌우기 위한 치아 삭제를 로봇이 전 과정 자동으로 수행하는 시술을 15분에 마쳤습니다. 사람이 두 번 내원해 각각 한 시간 넘게 걸리던 작업입니다. 다만 퍼셉티브의 시스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식 승인까지 5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프랑스 스타트업 루팽 덴탈(Lupin Dental, 법인명 디지쿠토)은 치아 베니어(라미네이트) 준비 작업을 로봇에 맡기는 시스템으로 지난 8월 1,500만 유로(약 228억 원) 규모 시리즈A를 투자사 핀뵈르(Fynveur) 주도로 유치했다고 테크펀딩뉴스가 전했습니다. 이 로봇은 치과의사 감독 아래 치아를 깎아 베니어를 붙일 자리를 만듭니다. 인도와 영국에서는 이미 승인을 받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에서는 아직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국내 진료실에서 달라지는 것은 아직 없습니다. 덴탈로보틱스도 상용화까지 국내 의료기기 허가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하고 목표로 삼은 시점은 2028년입니다. 치과 전화를 AI에 맡기는 투자가 먼저 자리를 잡았던 것처럼, 로봇팔이 진료실 보조 업무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다만 접수창구를 넘어 진료 의자 옆까지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치과 인력난을 기술로 풀려는 시도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