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전화해 예약을 잡는데 받는 쪽이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일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Dentio)가 치과의 전화 상담과 보험 청구 같은 행정 업무를 대신하는 AI 소프트웨어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의 초기 투자를 받았습니다.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지난 1월 덴티오의 230만 달러(약 32억 원) 규모 프리시드 투자를 주도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 투자를 이끈 파트너 가브리엘 바스케스는 AI가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을 크게 늘려 작게 보이던 소프트웨어 시장을 훨씬 큰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화와 청구서를 대신 받는 AI
덴티오는 2024년 스톡홀름의 한 고등학교 동창인 루카스 셰그렌, 안톤 리, 엘리아스 아프라시아비가 함께 세웠습니다. 공동창업자 아프라시아비는 리의 어머니가 치과의사로 일하면서 전화 응대와 청구 서류에 치여 정작 진료에 쓸 시간이 줄어드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덴티오의 AI는 환자 전화를 받아 예약을 잡고 보험 청구 서류를 처리하는 등 치과 접수창구에서 사람이 맡아온 일을 대신합니다. 이 회사는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교(KTH) AI 소사이어티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후원한 해커톤에서 우승하며 스톡홀름경제대학교 창업 인큐베이터에 자리를 얻었습니다.

왜 작은 시장에 베팅했나
임플란트나 투명교정처럼 큰 자본이 오가는 영역과 달리, 동네 치과 한 곳의 접수 업무는 투자자 눈에 작은 시장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바스케스가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치과들이 전화 응대와 청구 업무에 들이는 인건비가 적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AI가 그 일을 대신하면 치과는 인력을 늘리지 않고도 더 많은 환자 전화를 받을 수 있어 작아 보이던 시장이 쌓이면 큰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한국 치과는 이미 전화를 AI에 맡겼다
국내에서는 비슷한 발상의 서비스가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치과 환자관리 플랫폼 '콜비'를 운영하는 덴탈비서는 올해 5월 카카오톡 메시지와 예약 유도 페이지에도 반응하지 않은 환자에게 AI가 직접 전화를 거는 기능을 더했습니다. 전국 150여 개 치과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3단계 자동화를 쓴 치과의 재내원율은 평균 28%로 손으로 일일이 관리할 때보다 3배 이상 높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메디콜의 '덴탈콜', 메이크봇 같은 업체도 치과 전용 예약 챗봇과 AI 콜봇을 이미 내놓았습니다. 프리시드 투자를 막 받은 덴티오와 달리, 국내 치과들은 전화 응대를 AI에 맡긴 효과를 수치로 먼저 확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치과에 들어온 AI는 엑스레이를 함께 읽어주는 소프트웨어나 스마트폰 사진으로 충치를 미리 가려내는 앱처럼 진료 자체를 돕는 쪽에 몰려 있었습니다. 덴티오와 국내 콜봇들이 겨냥하는 자리는 진료실이 아니라 그 앞의 전화기와 청구서입니다. 덴티오는 이제 막 투자를 받은 초기 단계라 유럽 치과 현장이 당장 달라지지는 않지만, 행정 업무를 AI에 맡기는 흐름이 국내를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번질지는 지켜볼 대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