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엑스레이나 3차원 촬영 영상을 인공지능(AI)이 먼저 훑어보고 놓치기 쉬운 부분을 표시해 주는 소프트웨어가 최근 1년 사이 미국에서 잇따라 정부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인 펄(Pearl)은 이번 달 그 소프트웨어를 동네 치과에서도 쓸 수 있는 상용 제품으로 내놨습니다.

치과 전문매체 오럴헬스그룹에 따르면 펄의 '세컨드 오피니언 3D'는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뒤 이번 달 3일 일반 치과의사용 제품으로 정식 출시됐습니다. 같은 기간 비슷한 방식의 허가를 받은 곳이 네 곳 더 있습니다.

회사제품허가 시점
펄(Pearl)세컨드 오피니언 3D2025년 5월
오버젯(Overjet)CBCT 어시스트2025년 12월
덴츠플라이시로나(Dentsply Sirona)DS 코어 디텍트2026년 1월
디아그노캣(Diagnocat)판독 소프트웨어2026년 1월
벨메니(VELMENI)V4D2026년 7월

덴츠플라이시로나는 앞서 지멘스 헬시니어스와 함께 만든 치과 전용 MRI로 FDA 승인을 받은 회사이기도 합니다. 그때는 촬영 장비 자체가 뉴스였다면 이번엔 그 장비로 찍은 영상을 AI가 읽어주는 쪽이 뉴스입니다.

무엇을 봐 주나

이 소프트웨어들은 입 안을 3차원으로 찍는 콘빔 CT(CBCT) 영상에서 아래턱뼈 신경관, 위턱굴, 기도, 치아 하나하나 같은 해부학적 구조를 자동으로 구분해 색깔로 표시합니다. 여기에 더해 턱관절 이상, 경동맥 석회화, 매복치, 치아 뿌리 끝 염증, 위턱굴 이상 소견까지 의심 부위를 짚어 줍니다. 잘 잡아내는 항목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펄과 벨메니는 해부학 구조 식별에 무게를 두고 덴츠플라이시로나와 디아그노캣은 치아 뿌리 끝 염증 탐지에 좀 더 특화됐습니다. 펄 창업자 오피르 탄즈(Ophir Tanz)는 "일반 치과의사들도 CBCT 장비는 오래전부터 들여놨지만 이를 제대로 읽으려면 전문의 수준의 훈련이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컴퓨터 화면에 아래턱 치아 스캔이 여러 색으로 구분되어 표시된 모습
AI가 3차원 치과 스캔에서 신경관·잇몸뼈·치아 구조를 색깔로 구분해 표시하는 방식을 보여 주는 그림. AI 이미지

한국 스타트업도 같은 문 앞에 있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디디에이치가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읽는 AI 소프트웨어 '파노'로 같은 시장을 겨냥합니다. 디디에이치는 출시 1년 6개월 만에 국내 치과 420곳이 이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스케일업 팁스로 3년간 30억 원을 지원받아 미국과 중국 진출을 준비합니다. 미국에서는 FDA 허가를 위한 사전 절차를 밟고 있고 중국에서는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허가 결과를 10월 중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세 명의 개발자가 대시보드 화면을 보며 대화하는 모습
치과 진단 AI를 만드는 스타트업의 개발팀이 소프트웨어 화면을 함께 검토하는 사진. AI 이미지

디디에이치의 '파노'는 아직 국내에서도 미국에서도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해 진료실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반면 펄을 비롯한 다섯 개 제품은 이미 미국에서 팔리고 있어, 미국에서 치과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촬영한 3차원 영상을 AI가 먼저 훑어본 소견서를 함께 받아 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이런 CBCT 판독 AI가 정식으로 들어와 있지 않아, 당장 국내 진료실의 풍경이 바뀌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