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방사선을 전혀 쬐지 않고도 잇몸 염증과 턱관절, 신경 주변 조직까지 들여다보는 영상 장비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정식 허가를 받았습니다.
치과 전문매체 오소돈틱프로덕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치과 장비기업 덴츠플라이시로나(Dentsply Sirona)와 의료영상기업 지멘스 헬시니어스(Siemens Healthineers)가 함께 만든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마그네톰 프리맥스 덴탈 에디션(MAGNETOM Free.Max Dental Edition)'이 지난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치과 진료만을 위해 설계된 MRI가 미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뇌는 빼고 치아만 20분 만에
이 장비는 일반 MRI와 달리 치과 전용 코일과 좁힌 촬영 범위를 써서 뇌 조직은 빼고 치아와 턱뼈, 그 주변 연조직만 찍습니다. 평균 촬영 시간은 20분 이내입니다. 방사선을 쓰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치과에서 흔히 쓰는 콘빔CT(CBCT, 치과용 3차원 엑스레이)와 달리 피폭 걱정 없이 반복해서 찍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성장기 어린이의 턱관절을 여러 차례 추적 관찰하거나 교정 치료 경과를 중간에 다시 확인해야 할 때 이 점이 특히 쓸모가 있습니다.
다섯 개 진료과에서 시험했다
임상시험은 교정과·근관치료(신경치료)·치주과·턱관절·발치 다섯 분야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장비는 지금 염증이 진행 중인 조직과 이미 아문 흉터 조직을 구분해 보여주고 근관치료에 앞서 치아 신경(치수)이 살아 있는지를 기존 검사와 함께 비침습적으로 가늠하는 데도 쓸 수 있습니다. 사랑니를 뽑기 전에는 뿌리가 이웃한 치아나 신경관에 얼마나 가까운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턱이 아프고 입이 잘 안 벌어지면 어디를 검사하나요 글에서 다룬 턱관절 검사에서도, 그동안 엑스레이로는 잘 보이지 않던 관절원판이나 염증 부위를 직접 비출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 장비가 내세우는 강점입니다.

한국은 이미 5년 넘게 다뤄 봤다
한국이 이 영상 자체를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세대치과병원은 2019년 국내 치과대학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치과 전용 3.0T MRI를 들였고 그 뒤로 4,000건 넘게 촬영했습니다. 저작근이나 침샘, 혀에 생긴 질환과 턱관절 디스크 문제처럼 기존 영상 장비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부위를 살피는 데 써 왔습니다. 다만 이 장비는 대형 병원급 범용 MRI를 치과용으로 돌려 쓴 사례이고 이번에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은 처음부터 병원과 대형 치과, 치과대학이 쓰도록 소형으로 설계됐다는 점이 다릅니다.
덴츠플라이시로나와 지멘스 헬시니어스 모두 한국 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덴츠플라이시로나코리아 홈페이지에는 영상장비 제품군이 이미 올라와 있지만 이번 치과 전용 MRI의 국내 출시 계획이나 가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도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고 병원과 대학 위주로 먼저 보급될 예정이어서 동네 치과에서 이 장비로 촬영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