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품의약국(FDA)이 치과의사나 교정전문의의 처방과 감독 없이 소비자에게 곧바로 배송되는 투명교정장치를 쓰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포장을 열면 그대로 착용할 수 있는 이런 제품을 FDA가 허가한 적은 없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입니다.
FDA는 지난 1일 공개한 환자 안내문에서 투명교정장치가 처방이 필요한 의료기기이며 시판 전에 FDA의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처방과 전문가 감독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제품은 허가한 적이 없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고 미국치과협회(ADA) 소식지가 보도했습니다.

처방 없이 쓰면 무엇이 생기나
FDA는 전문가 감독 없이 비대면으로 투명교정장치를 쓰던 환자들에게서 들어온 피해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새로 생기거나 심해진 치아 통증, 턱 통증, 교합 문제, 오히려 나빠진 치아 배열, 치아 사이에 새로 생긴 틈이 대표적입니다. FDA는 통증이나 예상치 못한 증상이 나타나면 담당 치과의사나 교정전문의를 찾아가 평가받아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원격 모니터링을 포함한 비대면 진료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정기적인 대면 진료가 꼭 필요하다고는 선을 그었습니다.
FDA는 제품을 고를 때 '등록'과 '허가'를 혼동하지 말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일부 업체가 내세우는 'FDA 등록'은 제조사가 시설과 제품 목록을 신고했다는 뜻일 뿐이고, FDA가 그 제품을 심사해 승인했다는 'FDA 허가'와는 다릅니다. 소비자는 담당 치과의사에게 직접 묻거나 FDA의 510(k) 데이터베이스에서 제품코드 'NXC'로 검색해 허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년 가까이 요구해온 경고
이번 가이던스는 미국교정학회(AAO)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AAO 회장 마이크 더빈은 이번 발표가 "AAO와 회원들의 수년에 걸친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며, 임상 감독 없이 제공되는 투명교정 치료의 환자 안전 문제를 강조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AAO는 지난해 9월에도 회원 1,745명이 서명한 서한을 제출해 처방 없이 팔리는 제품의 부작용 사례를 문서화해 전달했습니다.
병원에서 치과의사가 처방하고 단계를 직접 관리하는 인비절라인 같은 제품은 이번 경고의 대상이 아닙니다. FDA가 문제 삼은 쪽은 진단과 처방 과정을 건너뛰고 설문이나 사진 몇 장만으로 교정 트레이를 통째로 우편으로 보내는 판매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을 대중화한 미국 스마일다이렉트클럽은 2023년 말 파산 끝에 영업을 접었지만 이번 경고는 업계 전체를 향한 재확인 성격이 강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한 번 걸러냈다
국내에서도 같은 종류의 제품이 한 차례 단속 대상이 된 적이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투명치아교정장치를 해외직구나 구매대행으로 광고·판매한 홈페이지 92건을 적발해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당시 대한치과교정학회 백승학 회장은 치과교정과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충분한 상담을 거쳐 사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내에서 투명교정장치는 치과교정장치용 레진이라는 2급 의료기기로 분류돼 치과 진단 없이는 정식으로 쓸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처방 없이 바로 배송되는 제품이 문제가 됐지만 한국에서는 해외직구나 구매대행으로 같은 제품을 들여오는 경로가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는 셈입니다. 치과를 찾는 사람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쓰고 있거나 쓰려는 투명교정장치가 치과의사의 처방과 정기 검진을 포함하는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