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찍은 엑스레이와 처방 기록은 대개 그 치과 안에만 남습니다. 같은 환자를 진료하는 내과나 외과 의사가 치과 쪽 소견을 보려면 전화나 팩스로 따로 요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테네시주의 스타트업 헤이돈토(HeyDonto AI Technology)가 이 둘을 잇는 소프트웨어 '컨듀잇(Conduit)'으로 약 280억 원(2,000만 달러)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투자는 현직 치과의사와 치과업계 베테랑을 포함한 개인 투자자 8명, 헬스케어·기술 분야에 투자해 온 패밀리오피스가 함께 참여했으며 이번 라운드로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2,800억 원(2억 달러)으로 평가됐다고 치과 전문지 오럴헬스그룹이 전했습니다.

노트북 화면에 뜬 추상적인 데이터 그래프를 살펴보는 의료진의 뒷모습
진료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의료진의 모습을 설명하는 사진. AI 이미지

치과 따로, 의과 따로 쌓인 기록

미국치과의사협회(ADA) 보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치과 지출은 2023년 기준 1,740억 달러에 이르렀고 2033년에는 2,665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도 치과 진료 기록은 수십 년째 각 치과의 독자적인 시스템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정작 의료 체계의 다른 영역은 이미 개방형 표준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헤이돈토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리버스 모렐의 설명입니다. 같은 자료에서 매년 약 200만 건의 응급실 방문이 치과 질환과 관련돼 있고 이 중 55.4%는 메디케이드가 비용을 댔습니다. 치과와 의과가 정보를 주고받지 못해 환자 상태를 미리 조율하지 못한 결과로 응급실행이 늘어난다는 것이 회사 쪽 설명입니다.

치과의사들이 직접 투자자로 나섰다

이번 투자를 이끈 셀던 세이드먼 박사는 45년째 치과의사로 일하며 "환자 정보를 의사와 나누지 못하는 것이 내 경력에서 가장 끈질긴 불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컨듀잇은 HL7 FHIR R4, SMART on FHIR 같은 개방형 의료정보 표준을 써서 네 가지 기능을 묶습니다. 의사가 치과에 환자를 전자적으로 의뢰하고 치과가 그 결과를 돌려보내는 것, 치과들 사이에 환자 기록을 옮기는 것, 사전승인과 보험청구를 처리하는 것, 그리고 환자가 치과와 의과 기록을 한 화면에서 보는 것입니다. 이번 투자금은 전자의무기록 업체 에픽과 오라클 서너와의 연동을 늘리고 치과 관리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을 넓히는 데 쓰일 예정입니다.

치과 복장을 한 의료진과 의사 가운을 입은 의료진이 태블릿에 뜬 네트워크 연결 그림을 함께 들여다보는 모습
치과와 의과 의료진이 데이터 연결 화면을 함께 보는 상황을 설명하는 사진. AI 이미지

국내는 정부가 깔아 둔 길이 다르다

같은 문제를 푸는 방식은 한국에서 사뭇 다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진료정보교류'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1만332곳을 넘었고 정부는 이 기록들을 개인이 직접 모아 볼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마이헬스웨이)' 구축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민간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아 치과·의과 연동을 처음부터 쌓아 올리는 반면 한국은 정부가 전체 의료기관을 상대로 이미 깔아 둔 길에 올라타는 쪽입니다. 다만 이 사업에 치과의원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는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다룬 스웨덴 스타트업 덴티오는 치과 접수창구의 전화 응대와 청구 업무를 AI로 대체하는 쪽이었다면, 헤이돈토는 그 치과 담장 밖, 의료 체계 전체와의 데이터 연동을 겨냥합니다. 헤이돈토는 아직 미국 시장에서만 서비스하고 있어 국내 치과나 환자가 당장 컨듀잇을 쓸 일은 없습니다. 다만 치과 기록이 전신 건강 정보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섞이느냐는 두 나라 모두가 풀어야 할 같은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