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치과·의료용품 유통사 헨리 샤인(Henry Schein)에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전략적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공개시장에서 지분을 더 사들이면 최대 14.9%까지 늘릴 수 있는 이번 투자로 KKR은 인덱스펀드를 뺀 주주 가운데 가장 큰 지분을 쥔 주주가 됐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KKR이 신주 발행 방식으로 2억5,000만 달러(약 3,350억 원)를 투자해 지분 12%를 확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헨리 샤인은 지난 1월 29일 성명에서 이 투자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행동주의펀드 압박 끝에 나온 투자
헨리 샤인은 그동안 소형 행동주의펀드 아나님캐피탈매니지먼트(Ananym Capital Management)로부터 비용 절감과 최고경영자 교체를 요구받아 왔습니다. 1989년부터 이 회사를 이끌어 온 스탠리 버그먼 최고경영자를 겨냥한 압박이었습니다. KKR의 투자와 함께 이사회에는 새 인물 세 명이 합류했습니다. KKR에서 헬스케어 부문을 이끄는 맥스 린, 전 다나허 부사장 출신 윌리엄 대니얼, 전 백살타 최고재무책임자 로버트 홈백입니다. 헨리 샤인은 이들이 재무와 운영, 치과를 포함한 헬스케어 분야의 전문성을 보태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헨리 샤인이 어떤 회사인가
헨리 샤인은 치과의원과 개원의 병원에 재료와 장비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유통사입니다. 33개국에서 100만 곳이 넘는 고객에게 물건을 댑니다. 2024년 매출은 127억 달러(약 17조 원)로 잠정 집계됐고 2025년에는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한 자릿수 중반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치과 재료 업체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이런 유통망을 거치지 않으면 개별 진료실까지 닿기 어렵습니다.

국내 치과 업계와의 연결고리
한국 기업도 이 유통망에 올라타 있습니다. 치과용 영상장비를 만드는 바텍은 2023년 헨리 샤인과 파트너십을 맺고 저선량 엑스레이 진단기기 '그린 CT'를 비롯한 자사 제품을 북미 시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바텍은 당시 헨리 샤인이 미국 치과용 진단장비 시장의 30%, 기업형 치과 네트워크의 80%를 차지하는 유통사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제조사가 미국에 진출하려면 이런 대형 유통사와의 관계가 중요한 변수가 되는 셈입니다.
국내에서도 사모펀드가 치과 체인의 빚 문제로 이어진 사례가 보도된 적 있습니다. 이번 헨리 샤인 건은 빚이 아니라 지분 투자를 통해 이사회에 들어온 경우라 성격이 다릅니다.
지금 당장 국내 치과의원이나 환자가 체감할 변화는 없습니다. 다만 사모펀드가 이사회에서 비용 구조와 운영 방식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만큼 유통 조건이나 취급 품목이 달라지면 그 영향은 헨리 샤인과 거래하는 제조사와 그 제품을 쓰는 치과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