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사들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연기금이 스페인의 치과 체인을 인수합니다. 미국에서 사모펀드가 시작한 빚을 얹어 치과 체인을 사고파는 방식이 이제 연기금의 손으로 넘어가 유럽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스페인 치과 426곳의 새 주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교원연금(Ontario Teachers' Pension Plan, OTPP)이 스페인 치과체인 돈테그룹(Donte Group) 인수를 위해 JP모간체이스와 노무라홀딩스가 주도하는 약 8,750억원(5억8,800만 달러) 규모의 부채 조달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UBS그룹과 BNP파리바도 대출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관세 충격으로 주춤했던 유럽 M&A 시장이 하반기 들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은행권에는 오랜만에 짭짤한 인수금융 수수료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OTPP는 지난 7월 사모펀드 어드벤트인터내셔널(Advent International)과 돈테그룹 경영진으로부터 이 회사를 기업가치 약 1조7,500억원(10억유로) 수준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돈테그룹은 예약 없이 찾아가는 워크인 센터와 교정 전문 클리닉을 포함해 스페인에서 426곳 넘는 치과를 운영하는 업체입니다.

이 연기금은 치과 체인이 처음이 아닙니다
OTPP가 치과 체인에 돈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2년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이 연기금은 외부 투자자로는 처음으로 미국 최대 치과서비스기업 헬스랜드덴탈(Heartland Dental)의 경영권을 약 1조7,400억원(13억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이후 2018년에는 지분 대부분을 사모펀드 KKR에 넘기며 손을 뗐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같은 연기금이 대서양 건너 스페인에서 비슷한 방식의 거래를 다시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애스펀 덴탈과는 정반대의 시점
이 소식은 애스펀 덴탈이 4조 원에 이르는 빚을 갚지 못해 매각 계획을 접었다고 전해진 지 두 달 만에 나왔습니다. 두 회사 모두 사모펀드가 빚을 끌어와 치과 체인을 사들이는 같은 방식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지금 처한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애스펀 덴탈의 모회사는 실적이 나빠지며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갚지 못해 채권단이 회생 전문 로펌을 선임했지만 돈테그룹에는 연기금이 8,750억원의 새 빚을 얹어 가며 몸집을 불려주고 있습니다. 같은 차입매수 구조라도 그 끝은 돈을 대는 투자자가 짧은 회수기간을 좇는 사모펀드인지 수십 년을 내다보는 연기금인지에 따라 갈릴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들어오지 못하는 거래
한국에서는 이런 거래가 그대로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앞서 애스펀 덴탈 편에서 짚었듯이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병원을 열 수 없게 하고 치과의사 한 명이 두 곳 이상의 치과를 개설·운영하는 것도 금지합니다(1인1개소법). 연기금이든 사모펀드든 외부 자본이 치과 체인의 지분을 직접 사들여 차입매수하는 구조 자체가 국내에는 없는 셈입니다. 돈테그룹이나 헬스랜드덴탈처럼 한 회사가 수백 곳의 치과를 거느리는 모습은 국내 진료실에서 당장 재현되기 어렵지만 연기금 같은 장기 자본까지 치과 체인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이 흐름이 사모펀드 몇 곳의 일시적 유행을 넘어섰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