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나 구강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AI)이 먼저 훑어보고 충치로 보이는 자리에 표시를 남기는 치과가 늘고 있습니다. 사진 속 치아 수천에서 수만 장을 미리 학습한 프로그램이 새로 찍은 사진에서 비슷한 무늬를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검진에서 받은 사진 위에 빨간 상자로 "여기 충치 의심"이라는 표시가 뜨는 것을 이미 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나온 연구를 한데 모아 다시 살펴본 결과 이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얼마나 믿을 만한지가 드러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 잡아내는 만큼 헛짚는 경우도 있어 지금 단계에서는 치과의사의 최종 확인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충치 100개를 보여주면 몇 개를 잡아낼까
연구마다 결과는 꽤 차이가 났습니다. 여러 연구를 나란히 놓고 보면 실제로 충치가 있는 치아 100개를 AI에게 보여줬을 때 어떤 프로그램은 94개까지 찾아냈지만 어떤 프로그램은 76개밖에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프로그램에 따라 놓치는 충치가 6개에서 24개까지 벌어진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충치가 없는 멀쩡한 치아 100개 중에서는 9개에서 15개 정도를 충치로 잘못 표시했습니다. 치아와 치아 사이(근접면)에 생기는 충치만 따로 살핀 분석에서는 성능이 조금 더 좋아서 100개 중 94개를 찾아내고 잘못 짚는 경우는 9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사진이 이미 갖춰진 실험 조건에서 나온 것이라 다양한 사람이 뒤섞여 있는 실제 진료실에서 그대로 재현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충치"라는 표시, 실제로 충치일 확률은 절반도 안 될 수 있다
더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AI가 충치라고 표시했을 때 그것이 실제로 충치일 확률입니다. 근접면 충치를 다룬 분석에서는 이 확률이 연구에 따라 15퍼센트에서 87퍼센트까지 크게 갈렸습니다. 표시된 곳 100개 중 실제 충치는 15개뿐이고 나머지 85개는 헛짚은 경우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AI가 괜찮다고 판정한 곳이 실제로 건강할 확률은 79퍼센트에서 100퍼센트 사이로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분석은 AI가 충치가 아닌 곳을 걸러내는 데는 믿을 만하지만 충치라고 표시한 곳은 치과의사가 다시 봐야 불필요한 삭제나 치료를 막을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AI가 충치라고 했다"는 말과 "충치다"는 말 사이에는 아직 치과의사의 눈이 한 번 더 필요한 셈입니다.
사진으로 찍었을 때와 엑스레이로 찍었을 때가 다르다
충치를 찾는 방식도 한 가지가 아닙니다. 입안을 직접 찍는 구강 카메라 사진으로 학습한 프로그램은 충치를 놓치지 않는 능력이 더 뛰어났고 엑스레이 사진으로 학습한 프로그램은 헛짚는 일이 더 적었습니다. 씨티(CT)에 가까운 촬영 방식을 쓰면 놓치는 충치는 더 줄었지만 그만큼 방사선량과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사진으로 판독했는지에 따라 결과의 성격이 달라지므로 같은 "충치 없음" 판정이라도 구강 카메라에서 나온 것인지 엑스레이에서 나온 것인지에 따라 무게가 다르게 실립니다.
아직은 치과의사를 대신하지 않는다

이 연구들을 다시 모아 정리한 연구진은 지금까지 나온 연구들이 대부분 이미 찍어 둔 사진을 나중에 모아 분석한 자료에 기대고 있고 실제 진료 흐름 속에서 미리 검증된 경우는 드물다는 한계를 짚었습니다. AI가 실험 조건에서는 높은 정확도를 보이더라도 지금 단계에서는 치과의사를 돕는 보조 도구로만 쓰여야 하고 혼자서 진단을 내리는 용도로는 권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나이나 치아 상태, 치아 색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잘 맞는지를 따로 확인한 연구도 지금까지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실제 진료 결과까지 직접 비교해 본 연구는 아직 드문데 그중 한 연구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은 진료팀이 충치를 더 많이 찾아낸 대신 삭제나 충전 치료도 그만큼 더 적극적으로 권했고 결과적으로 치료 비용이나 치아를 오래 유지한 기간에는 도움을 받지 않은 진료팀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많이 찾아내는 것과 환자에게 실제로 이득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진료실에서 AI 판독 결과를 안내받았다면 그것이 치과의사가 다시 확인을 거친 최종 소견인지 아니면 AI가 1차로 표시만 해 둔 것인지를 물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충치로 표시된 부위에 바로 삭제나 충전 치료를 권유받았다면 육안이나 다른 검사로 한 번 더 확인했는지 물어봐도 됩니다. 반대로 AI가 "충치 없음"이라고 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정기 검진 주기를 늦출 필요는 없습니다. 표시가 없다고 해서 초기 병소까지 전부 걸러진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