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로 침샘이 망가진 사람은 그동안 인공타액이나 침 분비 자극제로 버티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미국 유전자치료 기업 메이라GTx(MeiraGTx)가 진행한 임상 1상에서 손상된 침샘에 유전자를 주입해 침이 다시 흐르게 만든 결과가 나왔습니다. 24명을 12개월 추적한 결과 침 분비량이 평균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죽은 세포를 되살린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세포에 물이 지나갈 통로를 새로 만들어 준 것이 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선방세포는 죽어도 도관세포는 남는다
침은 귀밑샘(귀 아래에 있는 가장 큰 침샘) 속 선방세포가 만드는 묽은 액체에서 시작됩니다. 이 액체가 도관을 지나며 나트륨과 염소는 흡수되고 칼륨은 더해져 입안으로 나오는 침이 됩니다. 방사선은 이 중 선방세포를 특히 강하게 손상시켜 죽이고 그 자리를 섬유조직으로 바꿔 놓습니다. 도관을 이루는 도관세포는 방사선에 상대적으로 강해 살아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도관세포가 원래 물을 잘 통과시키지 못하는 세포라는 점입니다. 선방세포가 사라져 물을 내보낼 원액 자체가 부족해지면 도관세포가 아무리 남아 있어도 침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필로카르핀 같은 침 분비 자극제는 남은 선방세포를 쥐어짜는 방식이라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땀이 많이 나거나 소변이 잦아지는 부작용으로 치료를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죽지 않은 세포에 물길을 낸다
미국 국립치아두개안면연구소(NIDCR) 연구팀은 방사선을 맞은 뒤에도 도관 속 칼륨 농도는 높게 유지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농도차를 물을 끌어당기는 힘으로 쓰려면 도관세포에 물이 지나갈 통로만 있으면 된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 통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아쿠아포린(물 분자만 통과시키는 세포막 통로 단백질)의 한 종류인 아쿠아포린-1입니다. 적혈구나 혈관 내피세포에는 흔하지만 침샘 도관세포에는 원래 없는 단백질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유전자 치료제 AAV2-hAQP1은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벡터에 사람 아쿠아포린-1 유전자를 실어 도관세포가 이 단백질을 스스로 만들게 합니다. 앞서 진행된 임상시험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썼지만 몸의 면역 반응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메이라GTx는 상대적으로 면역원성이 낮은 AAV로 벡터를 바꿔 이번 임상시험을 다기관으로 진행했습니다.
24명, 12개월 추적에서 나온 수치
이번 임상 1상에는 방사선 치료를 마친 지 5년(HPV 양성 두경부암은 2년) 이상 지났는데도 중등도 이상의 만성 구강건조증을 겪는 24명이 참여했습니다. 12명은 한쪽 귀밑샘에 12명은 양쪽 귀밑샘에 치료제를 한 번 주입받았고 사람마다 주입량을 늘려가며 안전성을 함께 확인했습니다.
치료와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은 없었고 24명 모두 시험을 마쳤습니다. 자극하지 않은 상태에서 잰 침 분비량은 12개월째 평균 112.5% 늘었습니다. 환자가 직접 답하는 구강건조증 설문 점수도 39.5% 개선됐고 24명 중 19명(79%)이 증상이 뚜렷이 나아졌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이번 시험은 비교할 위약군 없이 진행됐고 참여자도 24명에 그쳐 자연스러운 변동이나 응답자의 기대심리가 결과에 얼마나 섞였는지는 다음 단계인 위약 대조 시험이 가려야 할 몫입니다.
침샘 한 곳에만 흘려 넣는 이유
이 치료제는 팔에 놓는 주사가 아니라 뺨 안쪽 어금니 옆에 있는 귀밑샘 입구에 가는 관을 넣어 침샘 안으로 흘려 넣는 방식으로 투여합니다. 온몸이 아니라 침샘 한 곳에만 유전자를 전달해 다른 장기가 받는 영향을 줄이려는 설계입니다.

이번 결과는 죽은 침샘 조직을 되살리는 대신 살아남은 도관세포에 물 통로를 심어 우회로를 낸 것에 가깝습니다. 방사선으로 망가진 침샘에는 그동안 인공타액과 자극제 같은 대증요법만 있었는데 세포 안에 새 기능을 심어 넣는 유전자 치료가 그 자리에 새로운 후보로 올라섰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