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 연구팀이 국산 근관 실러 세라실(CeraSeal)을 콘 하나로 채우는 단일콘 기법으로 근관치료를 받은 환자 52명, 치아 58개를 3년간 추적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3년 뒤 생존율은 92.7%, 방사선 사진에서 병소가 사라져 완전히 나은 것으로 판정된 성공률은 85.4%였습니다. 신경이 죽고 뿌리 끝에 병소까지 있던 치아는 3년 뒤 전부 나았습니다. 여러 개의 보조 콘을 다져 넣던 기존 방식과 달리 실러 하나만 흘려 넣고 굳히는 이 방식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이만큼 오래 지켜본 사례로는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깁니다.
무엇이 다른가: 실러가 스스로 빈틈을 메운다
근관을 채우는 고무 같은 충전재는 그 자체로 상아질에 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통 방식에서는 실러를 바른 뒤 중심 콘 옆에 작은 보조 콘을 여러 개 더 넣고 스프레더라는 기구로 옆으로 밀어 다지는 측방가압 기법을 함께 썼습니다. 이때 쓰는 실러는 대부분 에폭시 레진 기반으로, 굳는 동안 물기가 있으면 제대로 굳지 않는 소수성 재료입니다.
세라실 같은 칼슘실리케이트 기반 바이오세라믹 실러는 다릅니다. 가루와 액체를 따로 섞을 필요 없이 주사기에 미리 섞여 나오며 상아질 속에 남아 있는 수분과 반응해 굳으면서 치아 조직과 화학적으로 결합합니다. 흐름성이 좋아 콘 하나만 넣어도 뿌리 안의 굴곡진 틈을 스스로 메우기 때문에 보조 콘을 다져 넣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최근 몇 년 사이 단일콘 기법과 짝을 이뤄 쓰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3년을 지켜본 결과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볼로냐대학교 치과에서 근관치료가 필요한 환자 52명, 치아 58개를 등록했습니다. 치료 전 치아의 58.6%에 이미 뿌리 끝 병소가 있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치수괴사나 이전 근관치료 실패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3년 추적을 마친 치아를 기준으로 생존율 92.7%, 방사선 사진상 병소가 사라진 성공률은 85.4%로 나타났습니다.
병의 종류에 따라 결과는 갈렸습니다. 신경치료를 처음 받았거나 치수괴사만 있던 치아는 3년 뒤 100% 나았지만 이미 근관치료를 받았다가 다시 치료한 치아는 80%에 그쳤습니다. 뿌리 끝 병소를 동반한 치근단치주염이 있던 치아라도 처음 받는 치료라면 예후가 나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밖으로 샌 실러, 반드시 나쁜 신호는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58건 가운데 14건(24.2%)에서 실러가 뿌리 끝 밖으로 새어 나왔고 이 가운데 21%는 시간이 지나며 방사선 사진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다른 프리믹스 바이오세라믹 실러를 쓴 연구에서는 이 비율이 훨씬 크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같은 단일콘 기법에 다른 제품을 쓴 연구에서는 새어 나온 비율이 47.4%에 달했고 열을 가하는 기법과 함께 쓴 연구에서는 46%가 새어 나와 그 절반이 흡수됐습니다.

에폭시 레진 실러가 밖으로 새면 몸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남는 것과 달리, 칼슘실리케이트 계열은 칼슘 이온을 내보내고 주변 pH를 높이는 생체활성 재료라 뼈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다만 이 성질과 실제 치유 사이의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된 것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 다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비교 대상이 없는 단일군 관찰연구입니다. 세라실이 기존 에폭시 레진 실러보다 낫다고 말하려면 같은 조건에서 두 재료를 견준 자료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임상시험 15편을 모아 2024년에 나온 메타분석을 보면, 바이오세라믹 실러와 표준 실러 사이에 생존율과 성공률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새는 비율과 시술 뒤 24시간 이내 통증이 바이오세라믹 쪽에서 조금 낮게 나타나긴 했지만 이 차이 역시 유의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일콘 기법에 칼슘실리케이트 실러를 쓴 치료의 전체 실패율을 모은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도 다른 실러·기법 조합과 비교해 뚜렷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유럽근관치료학회는 치유 여부를 확정하려면 최소 4년은 지켜봐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이번 3년 결과는 그 기준에 조금 못 미칩니다. 콘 하나와 액체 상태의 실러로 근관을 메우는 방식은 이미 진료실 곳곳에서 쓰이고 있고 이번 추적 결과가 그 안전성을 뒷받침합니다. 다만 절차가 단순해졌다는 것과 결과가 기존 방식보다 더 좋아졌다는 것은 아직 같은 말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