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시릴 때 치과에서 흔히 쓰는 치료는 겉으로 드러난 상아질의 미세한 통로를 물리적으로 막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은 통로를 막는 대신 상아질 자체를 다시 만들게 하는 펩타이드를 사람에게 처음 발라 보고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막아서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상아질을 되살리는 방식이 실험실을 벗어나 사람에게서 시험됐다는 점이 지금까지의 치료와 다릅니다.

왜 시린가

치아 겉면을 덮은 법랑질(사기질)이나 잇몸 아래 뿌리를 감싼 백악질이 마모나 잘못된 칫솔질로 벗겨지면 그 안쪽의 상아질이 드러납니다. 상아질에는 상아세관이라는 가느다란 관이 촘촘히 뚫려 있고 이 관을 타고 액체가 움직이면서 안쪽 신경을 자극해 짧고 날카로운 통증을 일으킵니다. 이런 설명을 유체역학 이론이라고 부르며 칫솔질할 때 이가 시린 증상을 포함해 치아 시림(지각과민증) 통증을 이해하는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근거입니다. 조사 방법에 따라 갈리지만 성인 상당수가 이런 통증을 겪고 잇몸병을 앓는 환자에서는 그 비율이 훨씬 더 높게 보고됩니다.

치아 단면에서 법랑질과 상아질, 치수의 위치, 그리고 상아세관 속 액체 이동이 신경을 자극하는 유체역학 이론의 원리를 확대해 보여주는 그림

지금까지는 구멍을 막았다

지금 쓰는 치아 시림 치료제는 대부분 상아세관 입구를 막거나 신경의 반응을 둔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칼륨염이나 불화물 성분의 치약, 진료실에서 바르는 표면 코팅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막힌 층은 원래 상아질과 같은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 한계입니다. 양치질이나 산성 음식,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벗겨지기 쉬워 효과가 오래가지 않습니다. 광물 성분을 안쪽에 채워 넣는 재광화 방식도 함께 연구되고 있지만 이렇게 새로 쌓인 광물은 원래 상아질이 가진 유기물 바탕구조까지 갖추지는 못해 강도와 내산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상아모세포를 다시 깨우는 펩타이드

전북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연구팀, 치과 신약 개발사 하이센스바이오가 함께 개발한 셀코핀타이드(코드명 KH001)는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이 물질은 상아질을 만드는 세포인 상아모세포를 활성화하는 단백질 코핀7(CPNE7)에서 실제로 작용하는 부분만 골라낸 10개짜리 아미노산 펩타이드입니다. 노출된 상아질에 발라 잠들어 있던 상아모세포를 다시 활동하게 만들어 삼차상아질이라 부르는 새 상아질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앞선 개 실험에서는 얕게 노출된 상아질에 이 펩타이드를 발랐을 때 몇 주 안에 상아세관을 막을 만큼 새 상아질이 자라난 것이 확인됐습니다.

상아세관 입구를 막는 코팅이 시간이 지나 벗겨지는 기존 방식과 상아모세포가 다시 활성화돼 상아세관 안쪽부터 새 상아질을 채우는 펩타이드 방식을 나란히 비교한 그림

사람에게서 처음 확인된 안전성과 효과

서울대학교치과병원에서 진행한 1/2a상 시험은 셀코핀타이드를 한 번만 바른 그룹과 15일에 걸쳐 세 번 반복해 바른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습니다. 두 그룹 모두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고 투여 후 혈액에서는 이 펩타이드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치아 표면에만 작용하고 몸 전체로는 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복해서 바른 그룹 중 가장 높은 용량을 투여받은 참가자들은 세 가지 통증 지표 모두에서 투여 전보다 개선됐고 그 중 찬물 자극 통증 점수는 평균 23.2mm(100mm 척도 기준) 줄었습니다. 다만 위약을 바른 그룹에서도 통증이 함께 줄어 두 그룹을 통계적으로 직접 비교하지는 않았고 낮은 용량이나 한 번만 바른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참가자 수가 적은 초기 단계 시험이라 효과를 확정 짓기는 이르다는 뜻입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은 하이센스바이오의 대표이자 주주로 이해관계가 있다고 논문에 밝혔습니다.

이번 시험은 치과에서 국소적으로 쓰는 약물이 몸에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약동학적으로 분석한 국내 첫 사례이기도 합니다. 상아질을 막는 데서 그치지 않고 되살리는 펩타이드 치료제가 사람에게 안전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첫 단계이며 효과를 더 큰 규모에서 검증하는 다음 시험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