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으로 입안 점막이 손상된 쥐에서, 커큐민을 비타민 E·아연과 결합해 담은 젤이 커큐민만 넣은 젤보다 점막 손상을 더 줄였습니다. 중국 쓰촨대학교 화시병원 연구팀이 2025년 11월 발표한 Cur-VE-Zn@gel의 성과입니다. 핵심은 성분 조합과 전달 방식의 동시 변경입니다. 약물 구조를 바꾸고 입안 온도에서 굳는 운반체에 실어 손상 부위에 머무르게 했습니다.

커큐민의 약점을 바꾼 분자 조합

강황 성분인 커큐민은 산화와 염증을 억제하는 성질 때문에 구강점막염 치료 소재로 연구돼 왔습니다. 하지만 물에 잘 녹지 않고 먹었을 때 몸에서 이용되는 양도 적습니다. 농도를 높이면 정상 세포의 활동까지 억제하는 문제가 있어 많이 넣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Cur-VE-Zn@gel은 커큐민과 비타민 E를 화학적으로 연결한 뒤 아연 이온을 더합니다. 아연은 연결된 분자들을 모아 안정된 복합체로 만드는 접착점 역할을 합니다. 완성된 복합체를 물을 머금은 고분자 그물망인 하이드로젤에 넣습니다. 세 성분을 단순히 섞어 바르는 방식과는 분자 구조부터 다릅니다.

세포 시험에서 아연만 결합한 커큐민은 오히려 세포 활동 억제가 더 강했습니다. 비타민 E를 연결한 조합에서는 이 문제가 줄었습니다. 따라서 아연을 넣었다는 사실보다 어떤 결합 구조를 만들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방사선을 받은 세포에서도 완성된 복합체는 커큐민 단독보다 세포 이동과 DNA 손상 관련 지표를 개선했습니다.

입안 온도에서 굳는 약물 운반체

약물을 담는 바탕은 폴록사머 P407·P188과 키토산입니다. 폴록사머는 온도에 따라 흐르는 액체에서 젤로 바뀌고 키토산은 점막에 붙는 성질을 보탭니다. 차가울 때 흐르는 제형을 바르면 따뜻한 입안에서 붙어 있는 층을 형성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완성된 제형이 젤로 바뀌는 온도는 약 31℃였습니다. 다공성 그물망 안에 담긴 복합체는 표면에서 먼저 빠져나오고 내부에서는 확산과 젤 분해를 통해 더 천천히 방출됩니다. 삼킨 뒤 전신 흡수에 기대는 방식과 달리 필요한 점막에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접근입니다.

분홍색 점막 표면의 노란 젤 층과 조직 쪽으로 이동하는 입자를 나타낸 일러스트
점막에 붙은 젤이 약물을 담아 국소적으로 전달하는 원리를 표현한 개념도입니다. 그림. AI 이미지

침이 닿는 조건에서는 마른 조건보다 접착력이 떨어졌습니다. 입안의 수분이 접착에 영향을 준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쥐 입안에서 형광 표지를 추적했을 때 젤에 담은 복합체는 젤 없이 투여한 복합체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시험관 속 온도 반응이 실제 입안의 체류로 이어지는지도 확인한 셈입니다.

쥐 점막에서 확인한 손상 감소

연구팀은 머리 부위에 방사선을 쬔 쥐의 입안에 제형을 바르고 혀 조직을 살폈습니다. 빈 젤과 커큐민만 담은 젤도 일부 손상을 줄였지만, 복합체 젤에서는 궤양과 점막염 면적이 더 작았습니다. 조직에서도 표면 세포층의 배열이 더 정돈되고 염증세포 침투가 줄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뿐 아니라 세포 사멸과 염증 신호도 감소했습니다. DNA 손상과 산화 손상 관련 지표는 낮아지고 조직 회복에 관계하는 혈관 지표는 높아졌습니다. 점막을 덮는 층과 그 안의 복합체가 서로 다른 역할을 맡도록 만든 설계에 부합하는 결과입니다.

다만 이 결과는 방사선을 한 번 강하게 쬔 쥐에서 얻었습니다. 사람의 반복되는 방사선 치료 조건에서 같은 보호 효과가 유지되는지와 장기 안전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개발이 보여 준 변화는 커큐민의 양을 늘리는 데서 분자 결합과 점막 체류를 함께 설계하는 쪽으로 옮겨 갔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