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 의자, 즉 유닛체어에서 물을 뿜어내는 아주 가느다란 관을 치과용 수관이라고 부릅니다. 이 관 속에서 자란 세균막(바이오필름)은 한 번 소독해도 잘 벗겨지지 않아 오랫동안 치과 감염관리의 골칫거리였습니다. 중국 둥화대학과 상하이 쉬후이구 구강병원 연구팀이 2026년, 관 소재 자체를 바꿔 이 문제에 접근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표면에 세균이 잘 달라붙지 않게 만들면서 치과에서 이미 하고 있는 염소 소독을 거칠 때마다 살균력을 다시 채워 넣는 폴리우레탄 소재입니다.
물이 고이는 가는 관 속에서 자라는 세균막
치과용 수관은 지름이 몇 밀리미터에 불과할 만큼 좁고 진료와 진료 사이에는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시간이 깁니다. 이런 조건은 물속에 떠 있던 소량의 세균이 관 벽에 자리를 잡고 점액질 막을 두른 채 불어나기에 알맞습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치과병원이 자체 진료 유닛을 추적한 연구를 보면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필름은 레지오넬라균과 녹농균 같은 병원균이 숨어 지내는 저장소 역할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진료 전후 고인 물을 빼내고 잔류염소·세균검사로 물을 세균 수 100CFU/㎖ 이하로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매번 챙겨야 하는 절차입니다.
소독액을 흘려보내도 다 벗겨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온 해법은 대부분 관 안에 소독 성분을 흘려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화학 약품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효과는 방법마다 들쭉날쭉했습니다. 페놀 계열은 효과가 있었던 반면 알코올은 별 소용이 없었고 염소 계열에 다른 성분을 더한 조합은 대체로 나은 성적을 냈습니다. 소독액을 3주에 한 번 세게 흘려보내는 쪽보다 매주 흘려보내는 쪽이 세균 수 기준을 지킨 날이 더 많았습니다(68%에서 100%로). 전기분해로 만든 소독수는 떠다니는 세균은 기준치 아래로 잘 없앴지만 이미 자리 잡은 바이오필름은 일부만 걷어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치과병원은 3년 동안 염소계 소독수(차아염소산)를 계속 흘려보내고 매일 잔류염소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레지오넬라균 억제에 성공했지만 그 사이에도 한 유닛에서는 균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소독액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세게 흘려보내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관 벽에 이미 붙은 바이오필름까지 말끔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관 벽이 소독 성분을 머금었다 다시 내놓는다
연구팀은 접근을 반대로 뒤집었습니다. 폴리우레탄 표면에 먼저 폴리에틸렌글리콜(PEG) 사슬을 촘촘히 붙이고 디메틸하이단토인(DMH)이라는 화합물을 함께 그라프트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면은 단백질이 들러붙는 양을 50% 넘게 줄였는데 세균이 발붙일 첫 자리 자체를 줄인 셈입니다. 여기에 병원에서 흔히 쓰는 염소 소독을 한 번 거치면 DMH에 붙어 있던 질소 원자가 염소를 붙잡아 'N-할라민'이라는 살균 구조로 바뀝니다. 이 구조는 표면에 닿는 세균을 그 자리에서 죽이는 동시에 염소 성분을 물속으로 서서히 내보내 지나가는 세균까지 잡습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 살균력이 다 떨어져도 병원에서 원래 하던 멸균·소독 절차를 한 번 더 거치기만 하면 염소가 다시 채워진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 결과는 소재 표면을 실험실에서 검증한 단계로 실제 수관에 넣어 몇 달 몇 년을 써도 재충전이 반복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소독은 흘려보내는 일에서 재충전하는 일로 바뀐다
지금까지 치과 수관 관리는 소독액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세게 흘려보내느냐를 두고 방법을 조금씩 바꿔 온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소재는 관 벽 자체를 세균이 붙기 어렵게 만들고 그 벽에 소독 성분을 저장해 뒀다가 내놓는 쪽으로 접근을 바꿨습니다. 별도의 소독 스케줄을 새로 짜는 대신 병원이 원래 하던 소독 절차 한 번이 곧 재충전이 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나온 화학적 처리 방식들과 갈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