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치아를 깎으며 손끝으로 저항을 느낀다

치과대학 예비임상실습은 오랫동안 플라스틱 인공치아를 마네킹에 끼워 놓고 학생이 직접 깎아보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최근 햅틱(촉각 피드백) 가상현실 시뮬레이터가 더해지고 있다. 로봇팔처럼 힘을 되돌려주는 장치에 진짜 치과용 기구를 끼우고 화면 속 3차원 치아를 깎으면, 기구를 쥔 손에 실제 절삭과 비슷한 저항이 전해진다. 네덜란드 니신 덴탈이 만든 '시모던트(Simodont) 덴탈 트레이너'가 대표적인 장비다.

치과대학 실습실에서 학생이 로봇팔이 달린 햅틱 VR 시뮬레이터로 화면 속 치아를 깎고 있다
로봇팔형 햅틱 장치에 실제 치과용 기구를 끼우고 화면 속 3차원 치아를 깎으며 저항을 느끼는 실습 장면을 설명하는 사진. AI 이미지

기존 마네킹 실습은 학생이 다 깎은 뒤에야 교수가 눈으로 채점했고 반복 연습을 하려면 그때마다 새 인공치아가 필요했다. 시뮬레이터는 같은 가상 치아를 몇 번이고 다시 불러 쓸 수 있고, 깎아낸 양과 걸린 시간, 남은 치아 두께를 기기가 실시간으로 기록해 즉시 점수를 매긴다.

치수실 지붕은 더 잘 뚫었지만, 모양은 아니었다

스페인 발렌시아 유럽대 연구팀이 2025년 발표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는 3학년 치대생 173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유치 신경치료(치수절단술) 실습을 시켰다. 한쪽은 시모던트로 미리 연습한 뒤, 다른 쪽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연습한 뒤 같은 실습을 치렀다. 결과는 항목마다 갈렸다. 치수실 위쪽 지붕을 뚫어 여는 동작은 시모던트로 연습한 학생들이 뚜렷하게 더 잘했다. 반면 치수실 안쪽 모양을 다듬는 정교함은 오히려 전통 방식으로만 연습한 쪽이 조금 더 나았고 전체 점수는 두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뜻있는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같은 연구팀이 4학년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근관치료를 위해 치아 위쪽에 구멍을 내는 실습을 비교했을 때는 결과가 달랐다. 시뮬레이터로 미리 연습한 학생들이 구멍의 모양, 지붕 제거, 안쪽 형태 세 항목 모두에서 뚜렷하게 앞섰다. 스페인의 다른 연구팀이 사람 치아 61개를 깎아 만든 충치 치료 실습과 가상 치아를 깎은 실습을 견줬을 때는 시뮬레이터 쪽이 훨씬 빨리 끝났다. 다만 깎아낸 부피는 가상 쪽이 실제 치아보다 조금 더 컸는데, 임상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왼쪽에는 인공치아가 끼워진 전통 마네킹 실습대가, 오른쪽에는 로봇팔과 화면으로 이루어진 햅틱 VR 시뮬레이터가 놓여 있다
인공치아를 끼운 전통 마네킹 실습대와 로봇팔형 햅틱 VR 시뮬레이터를 나란히 견주는 장면을 설명하는 사진. AI 이미지

세 연구를 합쳐 보면 시뮬레이터가 모든 손기술을 고르게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 힘을 조절해 정확한 지점까지 뚫고 들어가는 동작에서는 이득이 뚜렷했지만 손끝 감각으로 미묘한 형태를 다듬는 동작에서는 그 이득이 불분명하거나 오히려 반대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실력이 늘었다고 느꼈지만, 점수는 따라가지 못했다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 자치대에서 시모던트로 실습한 학생 125명에게 물었더니 열에 여덟 가까이가 손재주가 늘었다고 봤고 비슷한 비율이 실제 환자를 볼 자신감이 커졌다고 답했다. 앞선 신경치료 실습 연구에서도 학생 대부분이 시술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기구를 쥔 손끝에 전해지는 촉감이 실제 치과용 핸드피스와는 다르다고 말했고, 치수실 지붕을 뚫는 감각을 시뮬레이터로 익히기 어려웠다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학생이 느끼는 자신감과 채점표에 찍힌 점수가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은 셈이다.

2024년에 나온 종합 분석은 과거 임상연구 23편, 학생 1300여 명을 모아 햅틱 시뮬레이터가 손기술을 대체로 끌어올린다고 평가했다. 최근 나온 개별 무작위 대조군 연구들은 그 평가를 세부 항목으로 쪼개 다시 들여다본 결과였고, 술식과 평가 항목에 따라 결과가 엇갈린다는 것을 보여줬다. 치과대학의 실습 도구가 마네킹에서 가상 치아로 넘어가는 흐름은 뚜렷하지만 그 손끝의 기술 하나하나까지 고르게 옮겨가는 것은 아직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