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근이 덜 자란 치아에서 치수가 죽는다는 것

치근(치아 뿌리)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입 안으로 나온 영구치를 미성숙 영구치라고 부릅니다. 이런 치아는 치근 끝(치근단)이 넓게 열려 있고 치수(치아 속 신경과 혈관 다발)로 가는 혈관도 굵어 외상을 입어도 혈관이 다시 자라 들어와 치수가 살아나는 재혈관화 가능성이 다 자란 치아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감염이 심하거나 손상이 크면 치수 전체가 죽는 치수 괴사로 이어지고 이때는 치근 성장이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치근 길이와 상아질 벽 두께가 충분히 자라지 못한 채로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성인의 치수 괴사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치수가 괴사된 채로 방치되면 세균과 괴사 산물이 넓은 치근단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 치근단치주염이나 치근단농양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의 영구 전치는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외상을 자주 입는 부위여서 이 병은 소아·청소년 치과에서 드물지 않게 마주치는 문제입니다.

무엇이 이 병을 일으키나

가장 흔한 원인은 외상입니다. 앞니를 부딪히는 사고로 치수 혈관이 끊어지면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치수가 죽어갈 수 있습니다. 깊은 치아우식증으로 치수가 노출되고 방치된 경우, 치외치(작은 돌기 모양 결절)의 파절, 심한 치주질환으로 혈류가 차단된 경우도 원인이 됩니다.

치수가 무균 상태로만 죽으면 치근단 병소가 생기지 않지만 대부분은 세균 감염이 함께 일어나 치근단 주위에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미성숙 영구치는 상아세관이 굵어 감염이 빠르게 퍼질 수 있어 진행 속도에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알아차리고 진단하나

치수가 완전히 죽으면 신경 자극이 전달되지 않아 통증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외상을 입은 지 오래됐는데도 별다른 불편 없이 지내다가 치아 색이 회색이나 갈색으로 어두워지거나 잇몸에 작은 뾰루지 같은 누공이 생기고 나서야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씹거나 두드릴 때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 증상 없이 정기 검진에서 방사선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진단은 한랭검사나 전기치수검사 같은 치수생활력검사에 반응이 없는지로 확인합니다. 방사선사진에서는 치근단 주위에 둥근 투과상(병소)이 보이거나, 치근이 정상보다 짧고 치근단이 넓게 벌어진 채 성장이 멈춰 있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치수가 완전히 죽기 전에 막는 방법

치수가 아직 완전히 죽기 전, 노출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면 치수 전체를 잃지 않고 치근 성장을 이어갈 방법이 있습니다. 노출된 치수 표면 중 염증이 있는 부위만 1~3mm 깊이로 얕게 제거하고 그 위에 수산화칼슘이나 삼칼슘규산염(칼슘 실리케이트) 계열 재료를 덮는 부분 치수절단술이 대표적입니다. 이 방법을 처음 보고한 Cvek 연구에서는 외상성 치수 노출 치아의 96%가 성공적으로 치유됐습니다.

재료는 과거에는 수산화칼슘을 많이 썼지만 시간이 지나면 녹아 없어지고 그 아래 상아질에 결함을 남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생체적합성이 높고 밀폐력이 좋은 MTA나 Biodentine 같은 삼칼슘규산염 계열 재료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이 치료는 반드시 러버댐으로 침을 차단한 상태에서 시행해야 하고, 노출 후 시간이 많이 지났거나 비가역성 치수염으로 이미 진행된 치아에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치근단만 막을까, 치근을 다시 키울까

치수가 이미 완전히 괴사되고 치근 성장이 멈췄다면 근관 안의 감염을 제거한 뒤 치근단 부위를 막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때 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목표로 하는 바가 다릅니다.

치근단형성술, 전통적인 방법

치근단형성술은 근관 안의 감염 조직을 제거한 뒤 치근단 부위에 인공적인 경조직 장벽을 만들어 근단을 막는 방법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수산화칼슘을 근관에 채우고 3개월 간격으로 방사선사진을 확인하면서 3~18개월에 걸쳐 장벽이 만들어지길 기다립니다. 다만 이렇게 장기간 수산화칼슘을 채워 두면 치근 상아질이 약해져 치아가 부러질 위험이 커집니다.

이 단점을 줄이기 위해 MTA를 치근단부에 3~5mm 두께로 바로 채워 넣는 방법이 널리 쓰입니다. 흡수성 재료로 근단 바깥쪽에 매트릭스를 만든 뒤 그 위에 MTA를 다지면 필요할 때 곧바로 근관을 충전할 수 있어 치료 기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다만 어느 방법이든 치근단을 막는 데 그칠 뿐, 치근이 더 길어지거나 상아질 벽이 두꺼워지는 성장 자체는 유도하지 못합니다.

재생근관치료, 최근 자리 잡은 방법

재생근관치료는 치근단을 막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근관 안에 새 조직이 자라 들어오도록 유도해 치근 벽 두께와 길이 성장을 함께 기대하는 생물학적 치료법입니다. 미국근관치료학회(AAE)가 제안한 절차를 따르면 첫 방문에서는 낮은 농도의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근관을 세척한 뒤 세 가지 항생제(시프로플록사신, 메트로니다졸, 미노사이클린)를 섞은 삼중항생제나 수산화칼슘을 근관 안에 넣고 임시로 막습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17% EDTA로 세척해 첩약제를 제거하고 근단 밖으로 파일을 살짝 넘겨 자극을 주어 근관 안에 출혈을 유도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혈병이 새 조직이 자라는 발판 역할을 하고, 그 위를 흡수성 콜라겐 막과 MTA나 삼칼슘규산염 계열 재료로 덮은 뒤 최종 수복을 마칩니다. EDTA는 상아질 속에 있던 성장인자를 함께 풀어내 이 과정에서 세포가 자라 들어오는 것을 돕는 역할도 합니다.

외상 후 치수가 괴사된 치아 뿌리 끝에서 혈관이 끊어졌다가 다시 자라 들어와 치유되는 4단계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

치료 중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합병증

두 치료 모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삼중항생제에 들어가는 미노사이클린 성분은 상아질 속으로 스며들어 치아를 어둡게 변색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미노사이클린을 빼고 조제하거나, 치수강 안쪽 벽에 상아질 접착제를 미리 발라 약제가 상아질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쓰입니다.

외상 자체로 인한 합병증도 있습니다. 치아가 완전히 빠졌다가 다시 심는 과정에서 치주인대 세포가 오래 마르거나 손상 범위가 넓으면 치근 표면이 치주인대 없이 뼈와 직접 맞닿아 서서히 뼈 조직으로 바뀌는 대체성흡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근관 안 감염 물질이 상아세관을 통해 치주 조직으로 퍼지면 치근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파이는 염증성흡수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두 흡수는 원인과 진행 양상이 달라 대응도 다릅니다.

대체성흡수는 한번 시작되면 치아가 서서히 뼈로 바뀌며 결국 탈락하는 경과를 밟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반면 염증성흡수는 원인이 되는 감염을 근관치료로 없애고 수산화칼슘을 근관 안에 채워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면 진행을 멈출 수 있습니다.

치근이 뼈 조직으로 서서히 바뀌는 대체성흡수와, 치근 표면이 파이며 염증 병소가 함께 생기는 염증성흡수를 나란히 비교한 모식도

경과와 이후 관리

어떤 치료를 받았든 정기적인 방사선 검사로 치근단 병소가 줄어들고 있는지, 치근이 예정대로 자라고 있는지를 몇 개월 간격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재생근관치료를 받은 치아는 시간이 지나며 근관이 석회화되어 좁아지고 전기치수검사에 다시 양성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보고되지만 모든 치아에서 같은 정도로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치근단이 막히고 병소가 사라진 뒤에도 치아 색이 변했거나 근관이 심하게 석회화되어 있으면 추후 근관치료나 미백 같은 추가 처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린이 치아 외상은 다친 직후 증상이 없어도 안심할 수 없으므로, 사고 이후 정해진 기간마다 치과에서 경과를 관찰받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