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알지네이트 인상재 대신 카메라로 입안을 훑어 본을 뜨는 구강스캐너를 쓰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큰 병원에서만 보이던 장비인데 이제는 동네 치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치아가 웬만큼 남아 있는 입에서는 전통 인상 방식과 정확도 차이가 사실상 없다는 결과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반면 치아가 여러 개 없어 임플란트를 한꺼번에 심어야 하는 입에서는 아직 연구마다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두 경우를 나눠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치아가 남아 있는 입에서는 이미 따라잡았다
자연치아가 남아 있는 입안을 스캔한 결과와 알지네이트로 뜬 전통 인상을 나란히 비교한 연구들을 모아 분석한 논문에서는 두 방식의 오차 차이가 사람 머리카락 한 올 굵기 정도에 그쳤습니다. 치아 폭이나 어금니 사이 거리 같은 실제 진료에서 쓰는 측정값을 비교했을 때도 두 방식 사이에 뜻있는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입을 반복해서 본떴을 때 매번 얼마나 다르게 나오는지 살펴본 값 역시 두 방식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작았습니다. 이 정도 오차는 실제로 씌운 보철물이 헐렁하거나 꽉 끼는 느낌으로 이어질 만큼 크지 않습니다. 치아가 온전히 남아 있는 입이라면 구강스캐너로 찍은 본을 전통 인상만큼 믿어도 된다는 근거가 이미 여러 편 쌓인 셈입니다. 크라운 하나를 씌우거나 교정 장치를 만드는 정도의 본뜨기라면 방식을 굳이 가릴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이가 많이 빠진 입에서는 아직 다르다
문제는 치아가 여러 개 빠져 임플란트를 한꺼번에 여러 개 심어야 하는 입입니다. 완전히 이가 없는 턱에서 임플란트 여러 개의 위치를 스캔으로 옮긴 연구 서른 편을 모아 살펴본 논문에서는 연구마다 오차가 크게는 백 배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이 논문이 임상적으로 문제없다고 본 오차 기준은 0.1밀리미터 안팎이었는데 조사 대상 중 절반이 넘는 연구가 이 기준을 넘어섰습니다. 빠진 치아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며 직접 오차를 측정한 실험에서도 범위가 넓어질수록 오차가 커지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스캐너 기종에 따라 그 정도는 차이가 있었지만 범위가 넓어질수록 나빠진다는 방향 자체는 같았습니다. 어금니 한두 개 자리를 스캔할 때와 턱 전체를 스캔할 때 오차가 같지 않다는 뜻입니다.

스캔은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하나의 모양을 완성하는 방식이라 이어 붙일 때 겹쳐 맞출 기준점이 필요한데 치아가 촘촘히 남아 있으면 기준점이 많아 잘 맞물리지만 이가 하나도 없어 매끈한 잇몸만 이어야 하는 턱에서는 기준점이 부족해 오차가 쌓이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전통 인상과 구강스캐너 중 어느 쪽이 더 정확한지를 놓고 스물세 편의 연구를 다시 모아 본 논문에서도 결과가 크게 갈렸습니다. 절반가량은 디지털 쪽이 낫다고 했고 나머지는 전통 인상이 낫거나 둘이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연구마다 오차를 재는 방법이 서로 달라 아직 하나로 묶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임플란트 사이 거리와 스캐너를 다루는 사람의 숙련도가 오차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점도 여러 연구에서 반복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도 스캐너를 선호하는 이유
정확도만 놓고 보면 아직 우열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구강스캐너를 쓰는 병원이 느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전통 인상재와 구강스캐너를 둘 다 겪어 본 환자들의 반응을 모은 연구에서는 인상재 특유의 냄새와 맛 목 안쪽에 닿는 이물감과 구역질을 스캐너 쪽이 훨씬 덜 느끼게 했습니다. 긴장하거나 불안해하는 정도는 두 방식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한 체감은 연구마다 엇갈렸습니다. 이런 결과 대부분은 아직 참여자 수가 많지 않은 소규모 실험에서 나온 것이라 앞으로 더 큰 규모로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도 함께 붙습니다. 그럼에도 정확도가 같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면 덜 힘든 쪽을 고르는 것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럼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까
자연치아 몇 개를 씌우거나 교정 장치를 만드는 정도라면 구강스캐너로 찍은 본을 그대로 믿어도 무리가 없다는 근거가 충분합니다. 다만 이가 여러 개 없어 임플란트를 여러 개 한꺼번에 심어야 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병원에서 스캔 범위를 어떻게 나눠서 찍는지 임플란트 위치를 옮길 때 정확도를 높이는 별도의 방법을 쓰는지 필요하다면 석고 모형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같은 장비라도 다루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부분입니다. 임플란트 개수가 적거나 자연치아가 곳곳에 남아 기준점 역할을 해 준다면 구강스캐너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