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연구팀이 잇몸 염증이 심해지는 정도를 알려주는 효소 농도를 입에 문 채로 계속 재는 마우스가드형 웨어러블 센서를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치주염 자가진단키트는 구강세정액을 시험지에 한 번 떨어뜨려 5분 안에 값을 읽는 방식이었지만 이번 장치는 마우스가드를 낀 채로 침이 저절로 스며들어 값을 계속 내보냅니다. 실험실 검증과 성인 60명의 침 검사를 거쳤고 신호를 해석하는 딥러닝 모델까지 함께 개발됐습니다.

효소 모양을 본뜬 인공 홈이 표적을 붙잡는다
이 센서가 재는 물질은 aMMP-8(활성 기질금속단백분해효소-8)로 백혈구가 잇몸 콜라겐을 분해할 때 함께 흘러나오는 효소입니다. 연구팀은 항체 대신 o-페닐렌디아민(o-PD)을 표적 단백질과 함께 전극 위에서 중합한 뒤 단백질을 빼내는 방식으로 단백질 모양 그대로 파인 홈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방식을 분자각인고분자(MIP)라고 하며 항체보다 열과 화학물질에 강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분자동역학·양자화학 시뮬레이션으로 어떤 아미노산 자리가 o-PD와 가장 강하게 들러붙는지 미리 계산해 홈의 특이성을 설계했고 실제로 만든 전극은 크기와 전하가 비슷한 다른 염증 물질(TNF-α, MMP-1, MMP-9, IL-1β)과 섞어도 aMMP-8에만 뚜렷하게 반응했습니다.
저항이 변하는 정도로 농도를 읽는다
전극 표면에 산화 그래핀(GO)이라는 탄소 소재를 얇게 입힌 뒤 그 위에 분자각인고분자 층을 쌓았습니다. 산화 그래핀은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용액이 전극 표면을 오갈 때 전기가 얼마나 막히는지를 재는 임피던스 측정의 감도를 끌어올리는 중간층 역할을 합니다. 홈에 aMMP-8이 들어와 박히면 전기 저항이 커지고 그 변화 폭으로 농도를 계산합니다. 검출 한계는 82ng/mL, 정량 한계는 250ng/mL이었고 전극 100개를 반복 측정한 결과 90%를 넘는 재현율을 보였습니다. 표준 시료 실험에서는 측정값의 95% 이상이 임상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오차범위 안에 들었고 건강한 사람·치주염 환자·치료 후 회복한 사람 세 집단의 침 샘플에서는 기존 표준검사(ELISA)와 상관계수 0.92로 높은 상관을 보였습니다.

마우스가드 안에 필터와 무선칩을 심었다
센서 전극은 실리콘 마우스피스 안에 넣고 침이 지나가는 통로를 뚫어 폴리비닐알코올(PVA, 물에 잘 젖는 고분자) 하이드로겔 막을 거치게 했습니다. 이 막은 세포 찌꺼기 같은 불순물을 줄이면서 aMMP-8이 센서로 확산되도록 돕는 전처리막입니다. 막을 거친 단백질 회수율은 약 80%였습니다. 무선칩과 회로가 함께 들어 있어 측정값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바로 전송합니다. 검체를 시험지에 떨어뜨리는 자가진단키트와 달리 검체를 따로 채취하거나 시험지를 갈아 끼우지 않고도 착용한 상태 그대로 값이 쌓입니다.
딥러닝이 신호를 등급으로 나눈다
전극에서 나온 임피던스 값은 사람이 보기에는 그래프일 뿐이지만 연구팀은 이를 128×128 크기의 이미지로 바꿔 합성곱신경망(CNN)에 학습시켰습니다. 사람이 미리 골라 둔 몇 가지 수치만 보는 기존 머신러닝 방식은 농도 차이가 뚜렷한 구간(0 대 200ng/mL)에서만 89.6%의 정확도를 냈고 차이가 작은 구간(100 대 200ng/mL)에서는 68.9%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면 이미지로 변환해 학습한 딥러닝 모델은 같은 구간 모두에서 99.5%를 넘는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실험실 표준 시료로 미리 학습해 둔 모델에 소수의 환자 데이터만 더해 다시 학습시키는 전이학습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이 방식이 환자 수가 적다는 한계를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결과는 부산대학교병원 한 곳에서 성인 지원자 60명을 모아 확인한 것이라 딥러닝 모델의 정확도도 여러 병원의 다양한 환자군이 아니라 이 데이터 안에서 농도 구간을 얼마나 잘 갈랐는지를 본 값입니다. 실제 여러 진료실에서 같은 정확도가 재현되는지, 그리고 시제품 단계인 마우스가드가 오래 착용해도 안정적으로 값을 내는지는 앞으로 더 확인해야 합니다. 이 연구는 잇몸 염증을 알려주는 화학 신호를 시험지로 한 번 재는 방식에서 착용한 채로 계속 재는 방식으로 한 단계 옮겨 놓았고 항체 대신 분자각인고분자로 표적을 붙잡고 그 신호를 딥러닝으로 해석하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