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은 오래 갔지만 브릿지는 아니었다

지르코니아로 만든 치과 보철물이 실제로 얼마나 오래 가는지를 2008년부터 2025년까지 나온 연구 66편을 모아 다시 살펴본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연치아 위에 씌우는 크라운 하나만 놓고 보면 10년까지 92.9~98.7%가 입 안에 그대로 남아 있어 성적이 좋았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빠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뜻이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깨짐이나 재접착 같은 작은 문제조차 하나도 없이 유지된 비율로 보면 크라운도 10년 뒤 46.1%로 줄었고 그중에서도 표면이 깨지거나 벗겨지는 기계적 문제가 53.9%로 가장 흔했습니다.

이가 없는 자리를 메우는 브릿지 형태로 가면 차이가 훨씬 커집니다.

보철 형태생존율문제없이 유지된 비율
크라운(자연치아 1개)92.9~98.7%(10년)46.1%(10년)
브릿지(양쪽 치아 지지, 10~13년)77.6%40.1%
브릿지(한쪽 치아만 지지, 9~13년)50.0~52.6%12.5~22.6%
접착형 브릿지(메릴랜드 브릿지, 10~15년)97.4%84.3%
인레이로 고정하는 브릿지(10년)89.0%70.3%

같은 지르코니아라도 크라운인지 브릿지인지, 브릿지라면 어떤 형태인지에 따라 생존율이 최대 47%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왜 브릿지에서만 이런 차이가 났을까

이가 하나 빠진 자리에 브릿지를 놓을 때 치아를 깎는 범위와 힘이 실리는 방향이 형태마다 다릅니다. 양쪽 치아를 모두 지지대로 삼으면 씹는 힘이 두 곳으로 나뉘어 실리지만 한쪽 치아만 지지대로 삼으면 그 치아 하나에 힘이 몰리고 지렛대처럼 작용해 접착면이 뜨거나 지지대 치아 자체가 손상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이 형태는 생물학적 문제(지지대 치아의 손상 등)가 50.0%, 깨짐 같은 기계적 문제가 37.5%에 이르렀습니다.

반대로 치아를 거의 깎지 않고 뒤쪽에 날개 모양 지르코니아를 접착제로 붙이는 브릿지, 흔히 메릴랜드 브릿지라 부르는 방식은 오히려 가장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치아를 크게 깎지 않아 애초에 손상될 부분이 적고 힘이 접착면 전체로 분산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이 방식은 앞니처럼 씹는 힘이 크지 않은 자리에 주로 쓰이고 어금니처럼 힘이 많이 실리는 자리에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접착 방식 하나로 생존율이 달라졌다

같은 지르코니아 보철이라도 치아에 붙이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갈렸습니다. 표면을 미세한 입자로 쏘아 거칠게 만든 뒤 MDP라는, 지르코니아와 치아를 화학적으로 이어 붙이는 접착 성분을 함께 쓴 경우 크라운의 생존율과 문제없이 유지된 비율이 각각 98.6%, 97.7%로 올라갔습니다. 안쪽을 파내 고정하는 인레이형 브릿지도 이 처리를 거치면 생존율 98.1%, 유지율 70.1%로 좋아졌습니다. 이 처리는 진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환자가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같은 재료라도 붙이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린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66편의 연구는 추적 기간과 평가 방법이 제각각이어서 이 결과 전체의 근거 확실성은 낮게 평가됐습니다.

예전의 금속-도재관과 비교하면

지르코니아 크라운이 자리 잡기 전에는 금속 위에 도자기를 씌운 금속-도재관이 오랫동안 표준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 환자 403명을 최대 7년까지 추적한 연구는 두 재료로 만든 크라운의 생존율을 나란히 견줬는데 지르코니아 93.3%, 금속-도재관 90.1%로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크라운이 실패한 원인도 재료의 문제보다 치아 자체가 깨지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크라운 하나만 놓고 보면 지르코니아든 금속-도재관이든 큰 차이는 없는 셈입니다. 지르코니아 보철의 수명을 가르는 것은 재료의 종류가 아니라 크라운인지 브릿지인지, 브릿지라면 어떤 형태와 접착 방식을 쓰는지였습니다. 이가 하나 없는 자리를 치아 하나만 깎아 메우는 전통적인 브릿지 형태는 다른 대안에 비해 특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