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인주에서는 치과 예약을 잡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소아과 의사가 직접 충치 진행을 막는 처치에 나섰습니다. 마취도 드릴도 없이 은과 불소를 섞은 용액을 발라 충치가 더 커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방법입니다.

메인 지역언론 메인모니터가 취재하고 AP 통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메인주의 일부 소아과 의사들은 최근 '은다이아민플루오라이드(SDF)'라는 처치를 진료에 들여왔습니다. 원래 치과에서만 쓰던 방법인데 치과 문턱을 넘기 어려운 아이들이 늘면서 소아과 진료실까지 번졌습니다.

단풍이 든 미국 소도시 거리에 자리한 작은 벽돌 진료소 건물
치과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미국 소도시의 진료 환경을 상징하는 장면. 사진. AI 이미지

은과 불소를 발라 충치를 '멈춰' 세운다

은다이아민플루오라이드는 은과 불화물을 섞은 액체입니다. 솜 도구에 묻혀 충치가 생긴 자리에 30초에서 1분 정도 문질러 바르면 됩니다. 세균 증식을 억누르고 치아 표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충치가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방식입니다. 드릴로 썩은 부분을 깎아내는 일반적인 치료와 달리 마취도 드릴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바른 자리가 검거나 갈색으로 착색되는 것은 감수해야 하고 은 알레르기가 있거나 충치가 이미 깊이 진행됐다면 쓸 수 없습니다.

장갑 낀 손이 작은 도구로 어린이 어금니 하나에 흰 용액을 바르는 모습
충치가 생긴 어금니에 은다이아민플루오라이드 용액을 바르는 과정을 그린 그림. AI 이미지

치과 예약이 안 잡히니 소아과가 나섰다

메인주 치과의사는 2019년 590명에서 2023년 530명으로 줄었습니다. 메인아동구강건강네트워크 조사를 보면 보험이 있는 아이들조차 매년 검진과 스케일링을 모두 받는 비율은 3분의 1에 그칩니다. 메인의료센터 소아과 전문의 브라이언 유스는 지난해 가을부터 이 처치를 익혀 70명 넘는 아이를 치료했습니다. 처치 뒤 4~6주 만에 다시 불러 추가 처치와 정식 치과 진료 필요 여부를 함께 확인합니다. 유스는 "소아과 의사에게 짐이 될 수 있는 일이지만 충치가 아이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 지면이 다룬 치과치료사 신설이 새 면허를 만드는 길이었다면 메인주는 기존 소아과 의사에게 새 술기 하나를 더 가르치는 쪽을 택한 셈입니다.

세계보건기구도 인정했지만 만능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1년 이 처치를 필수의약품 목록에 올렸고 미국소아과학회도 소아과 진료실에서 쓸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메인주는 학교 간호사에게 처치법을 가르치는 시범사업과 치과위생사가 학교에서 검진하고 엑스레이를 원격으로 치과의사에게 확인받는 시범사업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메인아동구강건강네트워크 상임이사 베카 마투소비치는 이 처치가 "여러 해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를 더 길러내고 저소득층 진료 수가를 높이는 일도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다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일부 소아과가 온라인으로 불소도포 시술을 홍보하자 대한소아치과학회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학회장 이난영은 불소도포에는 정기 검진과 활성화된 우식 병소 확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고 치과와 소아과의 식사 제한 안내 시간이 서로 달라 보호자들이 혼란을 겪는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국 의료법은 선을 더 분명하게 긋습니다. 충치 부위에 접착제나 부식제를 발라 물리·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처치는 치과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치과위생사조차 함부로 손댈 수 없습니다. 치과 인력 사이에서도 이런 경계가 엄격한 만큼 메인주처럼 소아과 의사가 은다이아민플루오라이드를 직접 바르는 방식은 한국에 그대로 옮겨 오기 어렵습니다. 대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만 18세 이하 어린이의 치아 홈메우기와 만 12세 이하 어린이의 레진 충전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해 충치를 일찍 잡아내는 쪽에 무게를 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