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의 한 작은 카운티가 80년 넘게 이어진 수돗물 불소화 관행에 제동을 걸었고 치과의사들이 차를 몰고 몰려와 반대하는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역 매체 브리지 미시간(Bridge Michigan)의 취재를 미국 AP통신이 받아 전한 내용에 따르면, 발단은 세인트클레어 카운티의 의료국장으로 있는 레밍턴 네빈 박사입니다.
의료국장 한 사람이 흔든 반세기 관행
네빈 국장은 주(州) 보건당국을 "타락한 자들로 가득 찬" 곳이라며 "사악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말해온 인물입니다. 그는 최근 몇 달 사이 수돗물 불소화 중단을 권고하고 아동 백신 접종을 거부하기 쉽도록 절차를 바꾸고 학교 보건 클리닉 진료를 축소하는 안건을 잇달아 지역 위원회에 올렸습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공중보건 위협"으로 규정하는 조례까지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인구 16만 명인 이 카운티의 지역 공무원 대부분은 그의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네빈 국장은 이런 결정이 지역사회의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에 비유되는 것을 오히려 반긴다고 말했습니다.

치과의사들이 차를 몰고 몰려왔다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관행은 1945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미국 최초로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미국 인구의 4분의 3이 불소를 넣은 수돗물을 마시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를 20세기 최고의 공중보건 성과 중 하나로 꼽습니다. 그런데도 세인트클레어 카운티 보건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네빈 국장의 방침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 회장은 편지를 보내 아동 충치 유병률과 수돗물불소화의 효과·안전성을 상기시켰습니다. 디트로이트 인근에서는 치과의사 여러 명이 직접 차를 몰고 와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은퇴한 치과의사 란다 준디사만은 "우리가 아무리 말하고 근거를 들이밀어도 소용없다"며 "어디에 살든 잘못된 정보는 늘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논쟁의 배경에는 2019년 미국 국립독성프로그램(NTP)의 연구도 있습니다. 이 연구는 과도한 양의 불소에 노출되면 신경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결론지어 연방 차원의 불소 기준 재검토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이는 수돗물에 넣는 통상적인 농도를 훨씬 웃도는 노출을 전제한 연구로 학계 주류는 여전히 현재 수준의 수돗물불소화가 안전하다고 봅니다.
이 카운티의 논쟁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흐름의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AP통신이 지난해 10월 별도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과 가까운 단체들이 미국 전역에서 불소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안을 70건 넘게 밀어붙였습니다. 유타주와 플로리다주는 지난해 수돗물 불소화를 아예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본지가 지난 4월 다룬 미국의 불소 부족 사태는 중동 전쟁으로 불소 원료 수입이 막힌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세인트클레어 카운티의 사례는 원료가 아니라 정책 자체를 놓고 벌어지는 지역 정치의 문제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한국은 이 논쟁 자체가 낯섭니다. 국내에서는 1981년 시작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 2016년에는 정수장 15곳, 13개 시군까지 줄었다가 201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38년 만에 전국에서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미국처럼 한 지역이 불소화를 중단하려다 마찰을 빚는 상황과 달리 한국은 이미 여러 해째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지자체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대신 국내 충치 예방은 학교에서 하는 불소 양치나 치과에서 받는 불소도포, 치아 홈메우기 같은 개인 단위 처치 쪽으로 무게가 옮겨간 지 오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