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를 닮았지만 이빨 모양부터 확연히 다른 희귀 공룡 화석이 수십억원대 몸값을 달고 다음 달 미국 경매에 오르고 있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 화석은 미국 몬태나주 목장주 조디 피어슨(Jodi Pierson)이 2019년 자신의 땅에서 발견한 육식공룡 골격으로, 그의 이름을 따 '조디'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키 2m, 길이 6m에 골격의 70%가 남아 있고 두개골도 거의 완전해 턱에 이빨 약 50개가 그대로 박혀 있습니다. 경매는 오는 27일 뉴욕 소더비(Sotheby's)에서 열리며 낙찰 예상가는 600만~900만 달러, 14일 환율(1달러=1343원)로 환산하면 약 81억~121억원입니다. 이런 형태의 골격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 단 3개뿐입니다.

이빨과 앞다리가 가른 두 공룡

'조디'가 처음부터 특별한 화석으로 불린 것은 아닙니다. 1942년 미국 클리블랜드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두개골 화석이 나온 뒤, 이를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로 봐야 할지 별개 종인 나노티라누스로 봐야 할지를 놓고 80년 넘게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연구팀은 뼈 속에 나이테처럼 남은 성장선을 분석해 이 공룡이 이미 다 자란 성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춘기만으로는 두개골 뼈 구조와 신경 통로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근거였습니다. 소더비의 과학·자연사 부문 책임자 캐산드라 해튼(Cassandra Hatton)은 "사자와 치타처럼 같은 시기, 같은 곳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먹이를 쫓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공룡 사이에는 150가지 넘는 차이가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이빨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빨은 뼈까지 부술 수 있을 만큼 두껍고 바나나 모양에 가깝지만 나노티라누스의 이빨은 가늘고 칼날처럼 생겨 빠른 먹잇감의 살을 베어내는 데 적합합니다. 앞다리도 더 길고 손톱이 큽니다. 치아 속 동위원소로 티라노사우루스의 체온을 가늠한 연구를 다룬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이빨의 모양 자체가 종을 가르는 증거로 쓰였다는 점이 다릅니다.

대리석 로비에 세워진 육식공룡 화석 골격을 정장 차림의 관람객들이 올려다보는 모습
경매를 앞두고 전시실에 세워진 육식공룡 화석 골격을 관람객들이 올려다보는 장면을 설명하는 사진. AI 이미지

개인 손에 들어가면 사라지는 연구 기회

이런 해석에 모든 과학자가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화석이 경매로 개인 소장품이 되면 반박이든 추가 연구든 더는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척추동물고생물학회(Society of Vertebrate Paleontology) 회장이자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나디노캠퍼스 생물학 교수인 스튜어트 수미다(Stuart Sumida)는 "공공의 신뢰 안에 있지 않은 표본으로는 동료 심사를 받는 논문을 낼 수 없고 한 번 개인 손에 들어가면 다시는 연구할 수 없으며 다음 세대는 이 화석을 볼 기회조차 잃는다"고 말했습니다. 해튼은 "개인 발굴자들이 아니었다면 나노티라누스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라며 대학과 박물관만으로는 발굴 인력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소더비는 올여름에도 완전한 티라노사우루스 골격을 5010만 달러에 판 적이 있습니다. 나머지 두 골격 중 하나는 2006년 트리케라톱스와 뒤엉킨 채 발견돼 '결투하는 공룡'으로 불리며 노스캐롤라이나자연사박물관에 있어 판매 대상이 아니고 다른 하나는 일리노이주 버피자연사박물관에 있습니다.

실험실 탁자 위에 작고 가는 이빨을 가진 두개골과 크고 두꺼운 이빨을 가진 두개골이 나란히 놓인 모습
크기와 이빨 모양이 뚜렷이 다른 두 공룡의 두개골 화석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장면을 설명하는 사진. AI 이미지

한국에서는 이런 식의 개인 간 화석 경매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화석을 발견하면 발견일로부터 30일 안에 관할 관청에 신고해야 하고 정당한 소유자가 밝혀지지 않으면 국가유산 여부를 감정해 국가에 귀속하거나 교육·학술 자료로 보관합니다. 발견자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될 뿐, 미국 몬태나처럼 땅 주인이 화석을 직접 경매에 내놓는 방식은 국내 제도와는 거리가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