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0만 년 전 멸종한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체온이 치아 화석 분석을 통해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 치아의 법랑질(에나멜) 속 탄소와 산소 동위원소가 뭉쳐 있는 정도를 측정해 이빨이 만들어질 당시의 체온을 거꾸로 계산해 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26년 9월 1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됐습니다.
이빨에 새긴 체온 기록
뼈와 달리 치아의 법랑질은 한번 자라난 뒤에는 구조가 다시 바뀌지 않아 동물이 살아있을 때의 몸속 정보를 비교적 그대로 간직합니다. 연구팀은 법랑질 속 탄소와 산소 동위원소가 서로 얼마나 가깝게 뭉쳐 있는지를 재는 방법을 썼습니다. 이 뭉침 정도는 온도가 낮을수록 커지고 높을수록 작아지기 때문에 화석이 만들어질 당시의 온도를 거꾸로 셀 수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UCLA 지구화학자 아라드나 트리파티 교수는 "가장 유명한 동물인 티라노사우루스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알아냈다"고 말했습니다.

세 개의 치아가 가리킨 36도
연구팀이 분석한 티라노사우루스 치아 세 개에서는 평균 섭씨 36도(화씨 97도) 안팎의 체온이 측정됐습니다. 사람의 평균 체온인 섭씨 36~37도와 거의 같고 오늘날 코끼리의 체온과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주변 환경의 열만으로는 이만큼 체온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스스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쪽에 가까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체온이라면 티라노사우루스가 춥고 더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북미 대부분에서 안정적인 체온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트리파티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온혈 공룡 논쟁에 더해진 증거
공룡이 냉혈동물인지 온혈동물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룡의 성장 속도나 뼈의 구조를 근거로 온혈동물 쪽에 무게가 실려 왔지만 체온을 직접 수치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존스홉킨스대 고생물학자 재스미나 위먼 교수는 "조류처럼 더 높은 체온을 예상했다"며 뜻밖의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공동저자인 UCLA 지구생물학자 로버트 이글 교수는 "이 방법으로 살펴볼 만한 흥미로운 공룡 종이 많다"며 다른 화석에도 같은 분석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치아 속에 남은 화학적 정보를 읽어 생물의 과거를 복원하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중국에서 나온 호모 에렉투스의 이빨 화석에서 단백질을 분석해 다른 인류 집단과의 교잡 흔적을 찾아낸 연구도 비슷한 원리를 썼습니다. 다만 그 연구는 단백질에서 유전적 관계를 읽어낸 것이고 이번 연구는 동위원소로 체온이라는 생리적 정보를 읽어낸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연구에 쓸 화석 자체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경남 고성에서 전남 해남으로 이어지는 남해안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 지층을 따라 공룡 발자국 화석이 대규모로 발견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여수에서는 3,546점의 발자국이 나와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고 고성 덕명리에서도 3,800여 점이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이 화석들은 대부분 발자국이나 알처럼 공룡이 남긴 흔적이고 체온을 잴 수 있는 뼈나 치아 화석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호숫가 퇴적층에 찍힌 발자국은 모래에 덮이기만 해도 화석이 되기 쉽지만 숲이나 들판에서 죽은 공룡의 몸은 빠르게 묻히지 않으면 뼈까지 분해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