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팀이 상어 이빨 600여 개를 미래의 바닷물 산성도에 담가본 결과, 표면이 갈라지고 뿌리까지 부식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뒤셀도르프대학교(Heinrich Heine University Düsseldorf) 연구진은 아쿠아리움에서 사육하는 몸길이 1.7미터 안팎의 흑기흉상어가 갈아 끼우고 버린 이빨을 모아 실험했습니다. 일부는 지금의 바닷물에, 나머지는 2300년에 예상되는 산성도의 바닷물에 담가 변화를 비교했습니다. 바닷물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면서 산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해양 산성화라고 하며, 바다는 2300년까지 지금보다 열 배 가까이 산성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결과는 해양과학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실렸습니다.

무엇이 달라지나
지금의 산성도에 담근 이빨은 표면이 비교적 매끈하게 유지됐습니다. 반면 2300년 수준으로 산성화된 바닷물에 담근 이빨은 표면에 금이 가고 구멍이 생겼으며 뿌리 부분까지 부식됐습니다. 연구를 이끈 막시밀리안 바움 박사는 "이빨에 부식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다른 개체군을 지배해 온 상어의 생태적 지위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왜 이빨이 중요한가
상어는 평생 수천 개의 이빨을 갈아 끼우며 살아갑니다. 날카로운 이빨로 다른 어종과 해양 포유류의 개체수를 조절해 바다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지켜온 동물입니다. 그런데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이빨을 이루는 무기질 구조 자체가 약해져 사냥 능력과 생태적 지위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미 전 세계 상어 종의 3분의 1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분류하고 있습니다.

상어는 정말 위험해질까
모든 전문가가 같은 결론을 내리진 않았습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뉴잉글랜드 아쿠아리움(New England Aquarium)의 닉 휘트니 수석연구원은 상어 이빨이 입안 조직 속에서 자라나는 동안은 바닷물 산성도의 영향을 바로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상어는 4억 년 동안 살아남으며 온갖 환경 변화에 적응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Florida Museum of Natural History)의 개빈 네일러 소장도 상어에게 가장 큰 위협은 여전히 남획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해양 산성화가 굴과 조개의 껍데기 형성, 물고기 비늘의 강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한국 근해에는 이번 연구가 다룬 흑기흉상어가 서식하지 않고 국내에서 상어 이빨 부식을 다루는 연구도 따로 없습니다. 다만 연구진이 설명한 부식의 원리, 즉 산이 이빨의 무기질 성분을 녹이는 현상은 사람의 치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탄산음료나 위산 역류로 법랑질과 상아질이 녹는 손상을 치과에서는 충치와 구분해 치아 침식이라고 부릅니다. 바다든 입안이든 산이 닿으면 치아의 단단함을 지탱하는 무기질부터 녹아내린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