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SNS를 뒤덮었던 크고 하얀 치아, 이른바 '베니어 룩'의 인기가 한풀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고급 치과들은 베니어를 했다는 티가 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치아를 원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전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화 '오디세이' 개봉 당시 배우 겸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커다란 베니어가 SNS에서 밈거리가 됐습니다. 평론가들의 극찬과 별개로 그의 치아를 두고 쏟아진 농담은 인플루언서와 유명인들의 '인위적으로 완벽한' 외모에 사람들이 점점 피로감을 느낀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베니어에 질린 사람들

메가 인플루언서 알릭스 얼은 지난해 자신의 베니어를 후회한다는 영상을 올려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는 "치과의사가 제가 처음 원했던 것보다 더 많은 치아를 깎아내도록 권했다"고 말하며 손톱 다듬는 줄로 가짜 치아 하나를 직접 다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블룸버그는 고급 시술자들 사이에서도 베니어를 한 티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손님, 보톡스를 맞고도 주름 몇 개는 남겨 달라고 요청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영국에서는 해외에서 저렴하게 받은 크고 하얀 베니어를 놀리는 말로 '터키 치아'라는 표현까지 생겼습니다.
숫자로는 아직 안 보이는 변화
다만 통계로는 아직 뚜렷한 반전이 보이지 않습니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전 세계 비수술 미용시술 건수는 50% 넘게 늘었고 같은 기간 페이스리프트 수술은 64% 증가했습니다. 완벽한 외모를 좇는 흐름 자체는 여전히 거센 셈입니다. 블룸버그는 유행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가지 스타일이 SNS를 15년 가까이 뒤덮으면 그것을 밀어붙인 산업도 결국 결점을 다시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에서 베니어, 흔히 라미네이트라 부르는 이 시술을 둘러싼 대화는 조금 다른 결로 흘러갑니다. 가수 조째즈는 최근 방송에서 고등학생 때 눈과 코 수술을 받았고 최근에는 치아 라미네이트까지 했다고 밝히며 치아를 거의 깎지 않는 방식으로 시술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치과들 사이에서도 자연 치아를 최대한 보존하는 무삭제·최소삭제 라미네이트를 찾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처럼 베니어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까지는 아니지만 치아를 많이 깎아내는 시술을 피하려는 마음은 비슷하게 읽힙니다. 지난달에는 SNS 광고를 보고 면허 없는 시술자를 찾아갔다가 치아를 되돌릴 수 없이 손상당한 미국 사례를 다룬 적이 있는데 이 역시 '덜 깎고 덜 티 나게'라는 지금 흐름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