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특정 방향으로 씹을 때만 순간적으로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는 고민입니다. 다른 쪽으로 씹으면 괜찮은데 유독 한 방향으로 물 때만 날카로운 통증이 스쳐서 치아에 금이 간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짧은 답변

특정 방향으로 씹을 때만 순간적으로 찌릿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균열치(치아가 완전히 부러지지 않고 씹는 면을 따라 금이 간 상태)에서 흔히 보고되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 증상 하나만으로 균열이 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씹는 면의 뾰족한 부분인 교두마다 힘을 가해 통증이 재현되는지 보는 검사, 빛을 비춰 금이 있는 부위를 찾는 검사, 신경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함께 시행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균열이 확인된 뒤에도 어디까지, 얼마나 깊이 번졌는지에 따라 지켜보기, 수복, 신경치료, 발치까지 치료 방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왜 그런가요?

특정 방향으로 씹을 때만 아픈 이유

균열치는 씹는 면의 좁은 홈을 따라 치아 안쪽으로 수직에 가깝게 미세한 금이 생긴 상태입니다. 씹는 힘을 가하거나 뗄 때 갈라진 두 조각이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그 틈에 닿아 있는 신경이 자극을 받아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통증이 일어납니다. 물 때와 물었던 힘을 뗄 때 모두 이런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금이 한쪽 방향으로만 나 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힘이 실릴 때는 갈라진 틈이 벌어지지만 다른 방향으로 씹을 때는 벌어지지 않아 통증이 없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씹는 면 대부분을 메운 큰 인레이나 아말감이 있는 치아, 30대에서 40대 이후 성인의 어금니에서 특히 흔하게 나타납니다.

어금니 씹는 면의 균열선과 씹는 방향에 따라 통증이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는 이유, 단면에서 균열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

치과에서는 어떤 검사를 하나요

씹을 때 통증의 원인을 찾을 때는 검사 하나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여러 검사를 함께 시행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는 저작검사입니다. 파절 탐지 기구나 면봉, 나무 쐐기를 교두마다 개별적으로 대고 물었다 뗄 때 통증이 재현되는지 확인합니다. 어느 교두에서 통증이 재현되는지로 금이 있는 부위를 좁혀갈 수 있고 물 때나 뗄 때 통증이 나타나면 균열이나 치아 주변 인대의 염증 가능성이 함께 커집니다.

투과 조명 검사도 함께 시행합니다. 광섬유로 강한 빛을 치아에 비추면 빛이 금이 있는 면을 지나며 굴절되거나 반사되어 그 부위가 어둡게 그늘져 보입니다. 색소를 이용한 염색 검사로 금이 지나가는 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런 검사들을 병행할수록 진단의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신경이 아직 살아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검사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찬 자극을 줬을 때 일시적으로 시큰한 정도면 정상 범위이지만 반응이 과도하게 예민하거나 둔한 통증이 한동안 이어지면 신경에 염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이고 반응이 아예 없으면 신경이 이미 죽었을 가능성을 뜻합니다. 전기 자극을 이용한 검사도 같은 목적으로 함께 활용됩니다. 치아를 가볍게 두드려 보는 검사로 치아 주변 인대에 염증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는데 균열이 있는 치아는 이 검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이 상아질에 그친 초기에는 방사선 사진에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사진 한 장만으로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균열의 위치와 깊이에 따라 치료가 달라집니다

균열이 법랑질과 상아질에 그친 경우, 신경까지 이어진 경우, 뿌리까지 이어진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치료 방향을 보여주는 치아 단면 비교도

금이 법랑질이나 상아질 표면에 그친 초기 단계라면 바로 큰 치료로 들어가지 않고 임시 교정용 밴드나 임시 크라운으로 치아를 감싸 증상이 가라앉는지 지켜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이 가라앉으면 복합레진으로 접착 수복하거나 치아 전체를 감싸는 정식 크라운으로 마무리해 금이 더 번지지 않도록 합니다.

금이 신경까지 이어졌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치아 신경이 있는 치수강 안쪽까지 자극이 미치면 치수염으로 진행해 가만히 있어도 아픈 통증이 동반될 수 있고 이 단계에서는 근관치료(신경치료)가 필요합니다. 신경치료 뒤에도 금이 남아 있는 치아이므로 크라운으로 전체를 감싸 씹는 힘이 갈라진 부위에 그대로 전달되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드물지만 금이 잇몸 아래 뿌리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금을 따라 좁고 깊은 잇몸 주머니가 생기고 방사선 사진에서 뿌리 주변으로 특징적인 모양의 어두운 부분이 나타나기도 하며 치근단치주염처럼 뿌리 끝 주변 뼈까지 염증이 번질 수 있습니다. 뿌리까지 번진 균열은 예후가 좋지 않아 발치가 원칙이지만 어금니처럼 뿌리가 여러 개인 치아에서 나머지 뿌리를 지탱하는 뼈 상태가 양호하다면 금이 간 뿌리 하나만 잘라내 나머지 부분을 살리는 치료를 시도해볼 수도 있습니다. 임시 크라운으로 지켜봐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을 의심하고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최근 치료한 치아라면 다른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충전이나 크라운 치료를 받은 치아에서 특정 방향으로 씹을 때만 아프다면 균열이 아니라 수복물이 다른 치아보다 살짝 높게 맞물리는 교합 간섭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높아진 부분을 다듬는 교합 조정만으로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통증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통증이 줄었다고 반드시 좋아지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신경이 치수괴사 상태로 죽으면 찬 자극이나 전기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게 되어 오히려 아무 통증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씹을 때 순간적인 통증이 반복되거나 통증의 양상이 간헐적인 찌릿함에서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바뀌었다면 방치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