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잇몸 한쪽이 볼록하게 부어오르면서 고름이 찬 것 같은 혹이 생겼다는 고민입니다. 잇몸에 이런 것이 보이면 흔히 치주염(잇몸뼈와 잇몸 조직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부터 떠올리게 되는데, 정말 치주염이 있는 사람에게만 이런 고름주머니가 생기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도 생길 수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짧은 답변
잇몸의 고름주머니는 치주염이 있을 때도 생기지만 치주염과 무관하게 충치나 외상으로 치아 신경(치수)이 죽어서 생기는 경우도 흔합니다. 두 경우 모두 잇몸이 볼록하게 부어오르거나 작은 구멍에서 고름이 새어 나오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어서 겉모습이나 고름이 나오는 위치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치과에서는 치아 신경이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와 두드려 보거나 눌러 보는 검사, 방사선사진을 함께 봐서 어느 쪽이 원인인지 가립니다. 원인에 따라 잇몸 치료로 나을지 신경치료가 필요한지가 갈리기 때문에 이 구별이 중요합니다.
왜 그런가요?
치의학에서는 잇몸이나 뼈 속에 고름이 고이는 것을 농양이라고 부릅니다. 농양은 생기는 자리에 따라 크게 두 갈래로 나뉘고 그 갈래에 따라 필요한 치료도 달라집니다.

잇몸 자체에서 시작하는 고름주머니
치주낭(치아와 잇몸 사이에 생기는 좁고 깊은 틈)에 치석과 세균이 쌓여 잇몸 지지 조직에 화농성 염증이 생기면 급성 치주농양이 됩니다. 붓는 자리는 치아 뿌리 끝이 아니라 잇몸 가장자리와 치아 뿌리 중간 지점에 주로 나타나고 눌러 보면 잇몸 틈 사이로 고름이 배출됩니다. 이 경우 치아 신경은 대체로 살아있어서 신경 생활력 검사에서 정상 반응이 나오고 충치처럼 신경 쪽 원인은 없습니다. 대신 뼈 파괴가 치아 뿌리 옆면을 따라 넓게 생기고 치주낭이 깊고 넓게 잡힙니다. 그래서 이 경우는 신경치료가 아니라 치주낭 속을 세척하고 치석을 제거하는 잇몸 치료로 증상이 가라앉습니다.
신경이 죽어서 시작하는 고름주머니
충치나 외상 등으로 치아 속 신경(치수)이 죽으면 죽은 조직 안의 세균과 그 부산물이 치아 뿌리 끝의 작은 구멍(근첨공)을 지나 뿌리 주변 뼈까지 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뿌리 끝 주위 조직에 생기는 염증을 치근단치주염이라 하고 여기서 급성으로 화농성 염증이 생기면 급성 치근단농양(급성 치조농양이라고도 합니다)이 됩니다. 심한 자발통과 두드릴 때의 통증, 치아가 붕 뜬 듯한 느낌, 조직 부종이 나타나고 열이나 오한 같은 전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때는 신경이 이미 죽어 있어 신경 생활력 검사에 반응이 없고 방사선사진에서는 뿌리 끝 주위로 뼈가 파괴된 모습이 보입니다. 원인이 신경에 있으므로 신경치료로 죽은 신경 조직과 세균을 제거해야 부종과 통증이 가라앉습니다.
통증이 뚜렷하지 않게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성 치근단농양은 통증이 거의 없이 간헐적으로 고름이 새어 나오는 배출로(농루)만 남기도 합니다. 농루는 잇몸에 작은 뾰루지처럼 보이는 구멍으로, 눌러 보면 고름이 살짝 비칠 수 있습니다.
고름주머니의 생김새만으로 원인을 정할 수 없는 이유
농루는 신경이 죽어서 생기는 만성 염증에서도, 치주 감염에서도 똑같이 잇몸에 뾰루지 모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원인 치아에서 떨어진 잇몸이나 얼굴 피부에 구멍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위치가 실제 원인 치아나 원인 조직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과에서는 가늘고 방사선사진에 뚜렷하게 나오는 재료를 배출구 속으로 밀어 넣은 뒤 방사선사진을 찍어 고름이 실제로 어느 치아, 어느 경로에서 시작됐는지 추적하기도 합니다.
두 가지 원인이 한 치아에서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경 문제가 먼저 생겨 잇몸 쪽으로 번지거나, 반대로 잇몸병이 먼저 생겨 신경까지 번지거나, 두 문제가 독립적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하나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경우는 치료 계획을 더 신중하게 세워야 합니다. 신경치료를 먼저 하고 몇 달 뒤 다시 평가한 뒤 잇몸 수술이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구별하나요
치과에서는 한 가지 검사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여러 검사를 함께 봅니다. 치아에 자극을 줘서 신경이 살아있는지 보는 생활력 검사, 치아를 가볍게 두드려 뿌리 주변 조직의 염증 여부를 보는 검사, 손가락으로 눌러 부드럽게 부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 그리고 방사선사진으로 뼈가 파괴된 위치와 치주낭의 깊이를 함께 살펴 어느 쪽이 원인인지 가립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신경치료가 필요한지 잇몸 치료로 충분한지가 정해지므로, 고름주머니가 보인다고 바로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