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인레이나 크라운처럼 실험실에서 따로 만드는 보철물을 하기 위해 치아를 깎았는데, 최종 보철물이 나오기 전까지 임시로 때워 둔 재료가 아프거나 빠질까 걱정됩니다. 이 임시재료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하는지, 빠지면 그대로 며칠 지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짧은 답변

임시로 막아 둔 재료(임시수복)는 삭제한 치아의 속살인 상아질과 신경(치수)을 자극과 세균으로부터 막아 주고 최종 보철물이 들어올 자리와 옆 치아·맞물리는 치아의 위치를 그대로 지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작 기간 동안 치아를 지키기 위해 만든 일시적인 수복물이라서, 밀폐가 잘 안 되거나 재료가 빠지면 시린 증상이 생기거나 세균이 다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통증 없이 빠졌다고 해서 그 상태로 며칠을 지내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므로, 빠졌다면 방치하지 말고 치과에서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 그런가요?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로 막아 두나

인레이나 크라운 같은 간접 수복물은 입안에서 바로 만들지 않고 실험실에서 따로 제작합니다. 치아 모양을 본뜬 모형에 맞춰 정밀하게 만들기 때문에, 아무리 서둘러도 며칠의 제작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 치아를 깎아 놓은 상태로 그냥 둘 수 없어서 임시수복을 만들어 둡니다.

치아 삭제부터 임시수복 장착, 실험실에서의 최종 보철물 제작, 최종 보철물 합착까지 이어지는 네 단계 과정을 보여주는 도식

치아를 삭제하면 겉을 감싸던 법랑질이 걷히고 그 아래 상아질이 드러납니다. 상아질에는 신경이 있는 치수까지 이어지는 미세한 통로(상아세관)가 열려 있어서 그대로 두면 온도나 자극에 예민해지고 세균도 쉽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임시수복은 이 통로를 덮어 상아질과 치수를 자극과 세균 침투로부터 보호하고 잇몸(치주 조직)의 건강과 옆 치아·맞물리는 치아의 위치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삭제된 치아 표면이 침에 계속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도 같은 목적입니다.

임시수복과 최종 수복물의 접착 방식은 다르다

임시수복은 자가중합형 레진(상온에서 굳는 플라스틱 재료)을 입안에서 직접 만드는 방법이나, 본을 뜬 모형 위에서 미리 만들어 붙이는 방법으로 제작한 뒤 임시시멘트로 붙입니다. 반면 최종 수복물을 붙이는 합착 과정은 치아 표면과 수복물 표면을 각각 처리한 뒤 정밀하게 접착하거나(도재나 레진 계열 수복물), 접착력이 없는 금인레이 같은 재료라면 치아를 깎을 때부터 수복물이 기계적으로 물리도록 형태 자체를 만들어 둡니다.

이렇게 접착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임시수복은 처음부터 오래 버티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제작 기간 동안만 자리를 지키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씹는 힘이 반복되면 예정보다 일찍 떨어질 수도 있는데, 이는 재료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는 임시수복이 가진 원래 성격에 가깝습니다.

밀폐가 부족하면 왜 시큰거리나

치아를 삭제하면 드러난 상아질의 통로(상아세관) 속에는 액체가 차 있습니다. 온도 변화나 삼투압 차이 같은 자극이 가해지면 이 통로 속 액체가 빠르게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치수 쪽 신경말단을 자극해 시린 느낌이나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이를 유체역학설이라고 합니다.

임시수복이 삭제한 치아 면을 충분히 지지하지 못하거나 가장자리(변연)가 꼭 맞게 밀폐되지 않으면, 상아질 쪽 세포에 대한 펌프 효과와 삼투압 변화가 일어나면서 치수과민증이 생기거나 치수가 괴사할 수 있습니다. 임시수복이 붙어 있어도 딱 맞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므로, 씹을 때 임시수복이 헐렁하게 움직이거나 찬 것에 유난히 시리다면 재료가 제자리에서 뜬 것일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임시수복이 가장자리까지 잘 밀폐된 경우와 가장자리가 들떠 상아질이 드러난 경우를 나란히 비교해, 자극과 세균 침투 위험의 차이를 보여주는 비교도

만약 임시재료가 빠졌다면

임시수복이 빠지면 자극과 세균에 대한 보호가 그대로 사라지고 치수 감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얼마나 위험한지는 삭제한 상아질의 범위와 치수까지 남은 두께에 따라 달라지므로, 빠진 채로 며칠을 지내도 괜찮은지는 개별 치아마다 다르게 판단해야 합니다. 통증이 당장 없더라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므로, 빠졌다면 스스로 판단해 기다리기보다 치과에 알려 다시 막거나 앞당겨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 설명은 신경치료(근관치료)를 전제하지 않은, 살아 있는 치아를 인레이나 크라운을 위해 깎아 낸 경우를 기준으로 합니다. 신경치료를 진행하는 도중에 막아 둔 재료가 빠졌다면 세균이 근관 안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어 상황이 다르므로, 신경치료 중 임시로 막은 재료나 크라운이 빠지면 기다려도 되나요?에서 그 경우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