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교정장치 인비절라인을 만드는 얼라인 테크놀로지(Align Technology)가 경쟁사 구강스캐너와의 호환을 끊어 투명교정 시장 지배력을 지켰다는 반독점 소송을 다시 치르게 됐습니다. 미국 제9순회항소법원이 얼라인에 유리했던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경쟁정책 전문매체 CPI(Competition Policy International)에 따르면 이 항소법원 판결은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나왔습니다.

호환 중단과 '퓨전' 할인

소송은 2020년 치과의원들이, 2021년에는 소비자들이 각각 낸 두 건의 집단소송에서 출발합니다. 두 소송 모두 얼라인이 투명교정장치와 구강스캐너 두 시장에서 경쟁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합니다.

핵심은 2015년 얼라인이 덴마크 쓰리셰이프(3Shape)의 구강스캐너 '트리오스(TRIOS)'와 인비절라인 시스템 사이에 맺은 호환성 계약을 2017년 12월 미국에서 일방적으로 끊었다는 대목입니다. 당시는 얼라인의 핵심 특허가 만료를 앞두고 쓰리셰이프와 별도의 특허소송까지 벌이던 시기였습니다. 소송은 여기에 더해 얼라인이 자사 스캐너 '아이테로(iTero)'를 투명교정 점유율을 지키는 데 썼다고 주장합니다. '퓨전(Fusion)'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한 해 일정 건수 이상 인비절라인 케이스를 내는 치과에만 아이테로를 할인해 팔았고, 미국 최대 규모 치과서비스기구(여러 치과를 묶어 운영하는 회사, DSO) 두 곳과는 경쟁사 제품을 쓰지 못하게 막는 배타조건 계약을 맺었다는 것입니다. 소송이 다루는 기간 동안 얼라인은 미국 투명교정장치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치과 진료실에서 의료진이 흰색 구강스캐너로 치아 모형을 스캔하고 있고 옆 모니터에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3D 치아 모델 영상이 떠 있는 사진
치과에서 구강스캐너로 치아 모형을 찍어 3D 영상을 띄우는 장면을 설명하는 사진. AI 이미지

뒤집힌 하급심, 남은 반대 의견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은 앞서 얼라인에 약식판결(정식 재판 없이 법리만으로 결론 내리는 절차)을 내려 소송을 끝내려 했습니다. 그러나 제9순회항소법원은 호환 중단 시점이 얼라인의 특허 만료 및 쓰리셰이프와의 특허소송과 겹친다는 점, '퓨전' 할인과 DSO 배타조건이 실제로 경쟁사를 시장에서 밀어냈는지를 두고 사실관계 다툼이 남아 있다고 봤습니다. 배심원 앞에서 다퉈야 할 쟁점이라는 뜻입니다. 사건은 다시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심리를 받습니다.

판결을 맡은 판사 세 명 중 두 명이 이런 결론에 뜻을 모았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하급심을 뒤집는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다수 의견이 거래거절 책임을 묻는 법적 기준을 "상당하고 부당하게" 넓혔다며 별도 의견을 남겼습니다.

국내 진료실의 스캐너 선택권

국내 치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번 소송이 다루는 호환 중단은 미국에 한정된 조치였고, 국내에서는 아이테로와 쓰리셰이프 트리오스, 메디트 i700 같은 구강스캐너가 특정 투명교정 브랜드에 묶이지 않고 함께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리오스나 메디트로 찍은 스캔으로도 인비절라인 치료계획을 받아 온 치과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이 소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하급심으로 돌아가 배심 심리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당장 국내 공급이나 가격에 영향을 줄 변화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투명교정장치를 고를 때 치과가 어떤 스캐너로 스캔을 뜨는지, 그 결과물이 다른 브랜드의 치료계획에도 쓰일 수 있는지는 소송의 결론과 무관하게 미리 물어볼 수 있는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