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를 손으로 반죽해 열로 굳히던 시대에서 컴퓨터로 깎거나 프린터로 쌓아 만드는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이라고 다 같지는 않습니다. 레진 블록을 깎아내는 밀링(절삭)과 액체 레진을 층층이 굳혀 쌓는 3D 프린팅(적층)은 원리부터 다릅니다. 최근 나온 여러 메타분석을 모아 보면 강도와 표면, 세균이 붙는 정도까지 밀링 쪽이 3D 프린팅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깎아내는 방식과 쌓아 올리는 방식
밀링은 공장에서 이미 열과 압력으로 고르게 굳혀 놓은 레진 블록을 절삭기에 걸어 잇몸 모양대로 깎아냅니다. 재료가 처음부터 균일하게 굳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해 그 균일함이 그대로 남습니다. 3D 프린팅은 정반대로, 액체 레진을 층 하나 두께만큼씩 빛으로 굳히는 과정을 수백 번 반복해 쌓아 올립니다. 층과 층 사이 경계가 완전히 하나로 붙지 않고 남거나 굳는 정도가 층마다 미세하게 갈릴 수 있습니다. 쌓는 각도와 층 두께, 다 쌓은 뒤 빛을 더 쬐어 마무리하는 후경화 과정에 따라 같은 3D 프린팅이라도 결과물의 성질이 갈린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두 방식 모두 입안을 구강스캐너로 찍거나 인상 모형을 스캔해 디지털 파일을 만드는 데서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석고 모형에 레진을 손으로 채워 굳혔는데, 밀링과 3D 프린팅 모두 그 손작업을 컴퓨터로 옮겼다는 점은 같지만 원리는 서로 다릅니다.
강도는 밀링, 세월이 지나도 밀링이 앞선다
제작 방식 네 가지(손으로 채워 굳히기, 사출 성형, 밀링, 3D 프린팅)를 놓고 예순 편 넘는 실험을 모아 견준 연구에서는 휘어지는 힘을 버티는 정도와 표면의 매끄러움, 충격을 견디는 정도 대부분에서 밀링이 1위나 2위를, 3D 프린팅이 가장 낮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밀링과 3D 프린팅을 정면으로 견준 다른 연구에서도 잇몸에 맞는 정확도와 표면 매끄러움 모두 밀링 쪽이 뚜렷하게 나았습니다. 3D 프린팅을 옛 방식인 손으로 채워 굳힌 틀니와 비교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을 머금는 정도나 거칠기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힘을 받았을 때 얼마나 뻣뻣하게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값은 손으로 채워 굳힌 옛 방식이 3D 프린팅보다 더 높았습니다. 뜨거운 음식과 찬 음식, 색소에 반복 노출되는 조건을 흉내 낸 노화 실험에서도 세 방식 모두 시간이 지나면 강도가 떨어졌지만 그 폭이 밀링에서 가장 작고 3D 프린팅에서 가장 컸습니다. 3D 프린팅 틀니는 물을 머금는 정도도 가장 컸습니다. 새로 맞췄을 때 비슷해 보이는 성능이 몇 년 지나면 방식에 따라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균은 3D 프린팅 쪽에 더 붙는다
밀링과 3D 프린팅 틀니에 세균이 얼마나 자라고 들러붙는지를 견준 연구 열두 편을 모아 본 결과, 세균이 자라는 정도와 표면에 붙는 세균 수 모두 3D 프린팅 쪽이 뚜렷하게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표면이 거칠어서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매끄러움 정도를 따로 떼어 봐도 세균이 붙는 정도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표면보다 층 사이 미세한 틈이나 재료에 남은 성분이 원인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런데도 늘어나는 이유, 그리고 물어볼 것
강도와 위생 모두에서 밀링에 밀리는데도 3D 프린팅 틀니가 느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본을 뜨고 모형을 만들고 왁스로 시적하느라 여러 차례 방문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디지털 파일로 설계하면 이 과정을 줄여 제작 기간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병원 방문이 힘든 고령 환자나 요양 시설 환자에게는 이 차이가 실제로 큽니다. 파일을 저장해 두면 틀니를 잃어버리거나 깨졌을 때 인상을 새로 뜨지 않고도 다시 뽑아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재료 개선도 계속되고 있어 최근 검토에서는 3D 프린팅 인공 치아가 닳는 정도만큼은 기존 방식에 뒤지지 않는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지금의 차이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만 65세 이상이면 손으로 채워 굳힌 전통 틀니는 7년에 한 번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디지털 틀니가 같은 혜택을 받는지는 병원마다 안내가 다를 수 있어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내 틀니의 몸체를 깎아 만드는지 프린터로 뽑는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도 물어볼 만합니다. 3D 프린팅 틀니는 세균이 더 잘 붙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정기적인 세정과 검진이 특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