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 한 번으로 치과 질환을 가려낼 수 있을까요. 예루살렘 히브리대 하다사 치과대학과 테크니온 공동연구팀이 날숨 속 화학물질을 읽어 충치·치은염·치주염·임플란트주위염을 구분하는 나노센서를 시험했습니다. 결과는 병마다 크게 갈렸습니다. 치주염과 임플란트가 건강한 상태는 정확히 가려냈지만 충치나 치은염처럼 이른 단계의 변화는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날숨에 병의 흔적이 남는다
입안에 사는 세균과 염증이 생긴 잇몸 조직은 화학물질을 대사산물로 내놓고 그 일부는 휘발성유기화합물(공기 중으로 쉽게 날아가는 유기화합물)로 날숨에 섞여 나옵니다. 연구팀은 충치, 치은염, 치주염, 임플란트주위염이 있는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날숨을 모아 기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GC-MS, 화합물을 하나하나 분리해 정체를 밝히는 실험실 분석법)으로 어떤 화합물이 병마다 다르게 나타나는지 살폈습니다. 화합물 하나가 치주염을 충치, 치은염과 화학적으로 갈랐고 화합물 13종은 임플란트 주변이 건강한 경우와 임플란트주위염을 구분했습니다. 병마다 날숨의 화학적 지문이 다르게 남는다는 뜻입니다. 지금 치과에서는 탐침으로 잇몸 사이 깊이를 재거나 엑스레이로 치아와 뼈를 하나하나 살펴 치주염이나 충치를 확인하는데, 날숨을 읽는 방법은 숨 한 번으로 여러 질환의 신호를 한꺼번에 살펴볼 가능성을 노립니다.

손바닥 위 센서가 그 지문을 읽는다
GC-MS는 정확하지만 장비가 크고 결과를 얻는 데 시간이 걸려 진료실에서 바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연구팀은 그 대신 화학물질이 닿으면 저마다 다른 전기신호를 내는 나노소재 40종을 배열한 나노센서로도 같은 날숨을 읽었습니다. 개별 화합물을 밝히는 GC-MS와 달리 나노센서는 여러 화합물이 뒤섞인 신호 전체를 하나의 패턴으로 받아들이고 기계학습이 이 패턴을 질환별로 미리 학습한 뒤 새로 들어온 날숨이 어느 패턴에 가까운지를 가려냅니다. 센서 신호를 질환군끼리 묶어 보았을 때도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치주염은 잡아도 충치는 놓쳤다
센서 10종만 골라 만든 기계학습 모델은 학습 자료에서 69.6%, 검증 자료에서 58.8%의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질환별로 나눠 보면 차이가 컸습니다. 치주염이 있는 사람과 임플란트 주변이 건강한 사람은 검증 자료에서 거의 전원을 정확히 가려냈지만 충치·치은염·임플란트주위염처럼 이른 단계이거나 염증 신호가 약한 상태는 절반에서 많게는 4분의 3까지 놓쳤습니다. 병이 없는 사람을 병이 있다고 잘못 판단하지 않는 비율은 71.4%에서 100% 사이로 높았고 가려내는 능력을 종합한 점수(ROC 곡선 아래 면적)도 1점 만점에 0.88~0.97점으로 높았습니다. 하나의 기준점으로 여러 질환을 한꺼번에 가른 정확도는 낮았지만 질환마다 따로 놓고 본 구분 능력은 이보다 높다는 뜻입니다.
침이 아니라 숨을 본다
입안 세균의 유전자를 읽어 병의 단계를 가늠하는 방법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침 속 세균 유전자를 읽어 치주염 단계를 가른 방법은 침에 섞인 세균의 종류와 양을 시퀀싱으로 읽어 치주염의 진행 단계를 가늠했습니다. 이번 나노센서는 세균이나 그 유전자 대신 세균과 염증 조직이 만들어낸 화학물질의 흔적을 날숨에서 읽습니다. 침을 채취하지 않고 숨만 불어넣으면 되어 검사는 간단하지만 화학물질의 양이 적거나 신호가 겹치는 이른 단계 질환에서는 구분 능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날숨 속 화합물이 구강 질환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화학 분석과 센서 실험 양쪽에서 확인됐습니다. 다만 그 신호를 휴대용 장치와 기계학습만으로 안정적으로 읽어내는 일은 치주염과 임플란트 상태를 가르는 데서만 뚜렷하게 이뤄졌고 충치처럼 이른 단계에서 화학적 신호가 옅은 질환은 아직 가려내지 못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