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부산대학교 치과병원 치주과,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유전체 분석기업 헬릭소(Helixco Inc.)가 함께한 국내 연구팀이 침 한 방울 속 세균 구성만으로 치주염이 없는 상태부터 1~3기까지 진행 단계를 가려내는 판별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건강한 사람과 환자 250명의 침에서 세균 유전자를 읽어 비교한 결과, 20종의 세균 비율만으로 치주염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르는 정확도는 92%에 달했습니다. 다만 가장 이른 1기를 건강한 잇몸과 구분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잇몸을 찔러 재던 것을 침으로 대신한다
치주염은 그동안 치과에서 치주낭 깊이를 재고 잇몸이 얼마나 내려앉았는지, 눌렀을 때 피가 나는지를 직접 살펴 진단해 왔습니다. 이 방식은 병원을 찾아야 하고 검사자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갈릴 수 있습니다. 우리 지면이 앞서 다룬 치주염 자가진단키트는 구강세정액에 녹아 나온 잇몸 파괴 효소(aMMP-8) 농도를 재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효소가 아니라 침 속 세균의 종류와 비율 자체를 읽습니다. 앞서 아이 침 속 세균으로 충치를 예측하는 검사가 돌 무렵 아이의 충치 발생 여부를 가늠했다면, 이번 연구는 성인의 치주염, 그것도 진행 단계를 나누는 데까지 검사 범위를 넓혔습니다.

어떤 세균을 보고 가르는가
연구팀은 부산대학교 치과병원을 찾은 건강한 사람 100명과 1~3기 치주염 환자 150명(단계별 50명씩)의 침을 모아 세균의 유전자(16S 리보솜 RNA)를 읽었습니다. 확인된 세균 425종 가운데 단계에 따라 뚜렷하게 늘거나 준 20종을 추려 그 비율을 랜덤포레스트라는 인공지능 분류 방식에 넣었습니다. 잇몸이 병든 모든 단계에서 함께 늘어난 세균 7종에는 치주염의 대표 원인균으로 꼽히는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와 타네렐라 포르시티아가 포함됐습니다. 반대로 방선균 등 3종은 건강한 사람에게 많고 병이 진행할수록 줄었습니다. 이 가운데 방선균의 비율이 네 가지 분류 방식 모두에서 가장 중요한 판별 기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모델들은 대부분 늘어나는 유해균만 봤는데 줄어드는 유익균까지 함께 본 것이 이번 모델의 특이도를 이전 모델보다 17%포인트 넘게 끌어올린 이유로 꼽혔습니다.

정확도는 무엇을 가리느냐에 따라 갈렸다
치주염이 있는지 없는지만 가리는 경우 정확도(AUC)는 92%로, 병이 있는 사람 100명 중 86명을 찾아냈고 건강한 사람 100명 중 92명을 정확히 걸러냈습니다. 그러나 가장 이른 1기만 따로 건강한 잇몸과 구분하려 하면 정확도는 73%로 떨어졌습니다. 병이 있는 사람 100명 중 79명은 찾아냈지만 건강한 사람 100명 중에서도 38명가량을 병이 있다고 잘못 판단했습니다. 건강·1기·2기·3기를 한 번에 나누는 네 갈래 분류에서는 균형정확도가 76.8%에 그쳤고 AUC도 단계에 따라 68%에서 90%까지 갈렸습니다. 치주염이 깊어질수록 세균 구성의 차이가 뚜렷해지고 병이 막 시작된 1기는 건강한 잇몸과의 경계가 흐릿하다는 뜻입니다.
다른 나라 자료로도 결과가 버텼다
연구팀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이미 공개된 세균 자료로도 같은 모델을 시험했습니다. 다만 스페인 자료는 침이 아니라 잇몸 틈에서 긁어낸 치태로 만들어진 것이라 검체 자체가 달랐고 이 때문에 특이도 등 일부 지표가 낮아졌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서로 다른 검체를 오가며 모델이 얼마나 버티는지 본 까다로운 시험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델은 한국인 참가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민족에 따라 침 속 세균 구성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다른 인구 집단에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는 한 시점의 침을 채취해 지금의 단계를 가른 것이고 시간에 따른 병의 활성도나 앞으로의 진행까지 예측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침 한 방울로 치주염의 유무와 대략적인 진행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