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를 낀 사람 상당수가 잇몸이 벌겋게 붓고 입 냄새가 나는 증상을 겪습니다. 대부분은 틀니 표면에 들러붙은 곰팡이균 칸디다가 원인인 의치성 구내염입니다. 연세대 치과대학 연구팀이 이 곰팡이를 막는 성분 두 가지를 3D프린팅 틀니 레진에 직접 섞어 넣고, 1년 가까이 쓴 것과 같은 노화 시험까지 거쳐 효과가 얼마나 오래가는지 확인했습니다. 두 성분을 함께 넣었을 때 곰팡이가 가장 적게 붙었고, 씹는 힘을 버티는 강도도 국제 기준을 지켰습니다.

물 막으로 곰팡이를 미끄러뜨리는 엠피시와 접촉해 죽이는 디담의 작동 방식을 나란히 보여주는 그림

3D프린팅 틀니, 왜 곰팡이가 더 붙을까

틀니의 몸체(의치상)는 대부분 PMMA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듭니다. 값이 싸고 잇몸과 비슷한 색을 낼 수 있지만 세균이나 곰팡이를 막는 힘은 약합니다. 최근에는 이 의치상을 손으로 반죽해 열로 굳히는 대신 액체 레진을 층층이 쌓아 굳히는 3D프린팅 방식으로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들을 견준 기존 연구들을 보면 3D프린팅 틀니는 깎아 만든 틀니보다 세균이 더 잘 붙었고, 표면이 거칠어서만은 아니라는 점까지만 밝혀져 있었습니다. 층 사이 미세한 틈이나 다 굳지 않고 남은 성분이 원인일 수 있다는 추정만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문제는 틀니를 낀 뒤에 해결하는 쪽이었습니다. 세정제로 매일 닦거나 이미 생긴 염증에 항진균제를 바르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항진균제를 자주 쓸수록 약이 듣지 않는 곰팡이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은 방향을 바꿔 레진 자체에 곰팡이를 막는 성분을 처음부터 섞어 넣는 쪽을 택했습니다.

미끄러지게 하거나, 접촉해서 죽이거나

연구팀이 고른 성분은 두 가지로, 곰팡이를 막는 방식이 서로 다릅니다.

하나는 엠피시(MPC)입니다. 물 분자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 레진 표면에 얇은 물 막을 만듭니다. 곰팡이가 자리를 잡으려면 먼저 표면에 달라붙어야 하는데, 이 물 막이 미끄럽게 방해해 애초에 붙기 어렵게 만듭니다. 죽이는 게 아니라 못 붙게 막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디담(DDAM)이라는 4급 암모늄화합물입니다. 양전하를 띠는 이 물질은 곰팡이 세포막에 직접 달라붙어 막을 찢어 놓습니다. 붙는 것을 막는 대신 붙은 곰팡이를 접촉한 자리에서 바로 죽이는 방식입니다.

연구팀은 두 성분을 레진에 각각 2%씩 넣은 경우와 1%씩 함께 섞어 넣은 경우를 만들어 비교했습니다.

1년을 흉내 낸 시험에서 갈린 성적

틀니는 하루에도 여러 번 뜨거운 음식과 찬 음료를 오갑니다. 연구팀은 이 변화를 5도와 55도를 오가는 물에 만 번 담그는 방식으로 재현해 대략 1년 쓴 것과 비슷한 노화를 만들었습니다.

곰팡이가 얼마나 붙었는지를 콜로니(세균·곰팡이 덩어리) 수로 잰 결과, 노화 전후 모두 두 성분을 함께 넣은 조합에서 곰팡이가 가장 적게 붙었습니다. 노화를 거치자 네 그룹 모두 곰팡이 억제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조합 그룹은 그 감소 폭도 가장 작았습니다.

씹는 힘을 버티는 정도(굽힘강도)는 반대로 디담만 넣은 그룹에서 가장 크게 떨어졌습니다. 노화를 거친 뒤 국제표준(ISO 20795-1)이 요구하는 최소 기준인 65메가파스칼을 밑돈 것은 디담 단독 그룹이 유일했습니다. 엠피시만 넣은 그룹과 조합 그룹은 기준을 지켰고, 그중에서도 조합 그룹(67.68메가파스칼)은 노화 전후 강도 차이가 통계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었습니다. 곰팡이를 막는 힘은 두 성분을 같이 넣을 때 가장 좋았고, 강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은 디담을 줄이고 엠피시를 더한 조합에서 가장 적었습니다. 하나만 넣었을 때 생기는 약점을 서로 보완한 셈입니다.

대조군과 엠피시, 디담, 조합 네 그룹의 곰팡이 부착량을 노화 전후로 비교한 막대그래프

이번 결과는 사람 입이 아니라 실험실 원반에 곰팡이 한 균주(칸디다 알비칸스)만 배양해 확인한 것입니다. 실제 입안에는 침과 여러 세균이 뒤섞여 있어 같은 균형이 그대로 재현될지는 다음 단계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세정이나 약물처럼 틀니를 낀 뒤 처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3D프린팅 레진 자체에 곰팡이를 막는 성분과 죽이는 성분을 함께 심어 1년에 가까운 노화를 견디는 조합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