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를 통째로 몸에 넣는 대신, 세포가 밖으로 내보내는 아주 작은 신호주머니만 골라 쓰는 재생 치료가 사람의 잇몸뼈와 치주조직에 처음 적용됐습니다. 이 신호주머니는 '엑소좀'이라 불리며 그 안에는 다른 세포의 움직임을 바꿔 놓는 RNA와 단백질이 담겨 있습니다. 임플란트를 심기 전 부족한 잇몸뼈를 엑소좀으로 키운 사람 사례 하나와 치주염 환자 13명을 치료한 예비 연구가 나란히 발표되며, 살아있는 세포를 옮겨 심지 않고도 뼈를 재생시키는 치료가 치과에서 사람에게 실제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첫 근거가 나왔습니다.

세포 대신 신호만 보낸다

줄기세포는 다친 부위 주변 세포에 새 조직을 만들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 신호를 실어 나르는 것이 엑소좀입니다.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지름 50~150나노미터의 이 작은 주머니 속에는 RNA와 단백질이 들어 있어 다른 세포에 도착하면 그 세포의 유전자 활동을 바꿔 놓습니다. 엑소좀은 살아있는 세포가 아니어서 몸 안에서 스스로 늘어나거나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표지(MHC 단백질)가 없습니다. 그래서 줄기세포를 직접 이식할 때 따르는 안전성 문제 없이 세포가 내는 재생 신호만 뽑아 쓸 수 있다는 것이 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치주조직을 되살리는 치료에는 뼈이식재에 자가혈소판농축섬유소(PRF)나 성장인자를 더하는 방식이 주로 쓰였습니다. 자가혈소판농축섬유소(PRF)와 에나멜기질유도체(엠도게인)를 견준 연구에서 보듯 이런 성장인자 제제나 유전자재조합 뼈형성단백질(BMP-2)도 쓰이지만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안전성 때문에 사용이 제한돼 있고 값도 비쌉니다. 세포를 직접 옮겨 심는 줄기세포 치료 역시 안전성 우려로 임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엑소좀은 이 틈을 메우려는 시도입니다.

줄기세포에서 나온 작은 신호주머니 엑소좀이 뼈세포로 이동해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도식

임플란트 심을 뼈를 엑소좀으로 키운 첫 사례

미국 연구팀이 발표한 사례 보고에서는 잇몸뼈가 옆으로 부족한 환자에게 동종 뼈이식재와 PRF, 그리고 태반 조직에서 뽑아낸 엑소좀 제제(페리오좀, Periosomes)를 함께 넣어 잇몸뼈를 넓히는 시술을 했습니다. 시술 뒤 1·2·3·6개월마다 찍은 CT 사진에서 뼈가 꾸준히 자라나는 모습이 확인됐고 3개월째 임플란트를 심으며 뗀 조직 샘플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결과에서도 새로 만들어진 뼈 조직이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가 사람의 잇몸뼈 재생에 엑소좀을 쓴 것으로는 처음 기록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턱뼈 결손 부위에 뼈이식재와 엑소좀을 채워 넣은 모습과, 몇 달 뒤 그 자리에 새 뼈가 차오른 모습을 나란히 비교한 단면도

치주염 환자 13명, 잇몸 틈이 절반 아래로 줄었다

같은 연구팀이 이어서 내놓은 예비 연구는 씹는 이도 흔들릴 만큼 심한 3단계(중증) 치주염 환자 13명, 잇몸뼈 결손 부위 23곳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소뼈 유래 뼈이식재(바이오오스콜라겐)와 PRF에 페리오좀을 더해 넣은 뒤 6개월을 지켜보니 잇몸과 이 사이에 파인 틈(치주낭)의 깊이가 한 쪽 벽만 남은 결손에서 평균 8.5mm에서 3.1mm로, 양쪽 벽이 남은 결손에서는 7.6mm에서 3.2mm로 줄었습니다. 전체 결손의 96%는 6개월 뒤 이 틈이 5mm 아래로 줄었고 92%는 잇몸이 이에 다시 붙어 있는 정도(부착 수준)가 3mm 넘게 좋아졌습니다. 시술 뒤 부작용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엑소좀만의 효과인지는 아직 갈린다

다만 두 연구 모두 엑소좀을 뼈이식재나 PRF와 함께 넣었을 뿐, 엑소좀만 따로 떼어 견주는 대조군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잇몸뼈가 자라고 치주낭이 줄어든 결과가 엑소좀 때문인지, 뼈이식재와 PRF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결과인지는 이 연구들만으로는 가려낼 수 없습니다. 연구팀도 논문 말미에 엑소좀의 단독 효과를 확인하려면 대조군을 둔 임상시험과 더 긴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두 연구는 살아있는 세포를 옮겨 심지 않고도 신호전달 물질만으로 사람의 잇몸뼈와 치주조직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줬습니다. 세포를 이식하지 않고 신호전달 물질만으로 뼈를 재생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이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조군 연구로 넘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