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를 갈아내고 채운 자리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썩기도 합니다. 이런 이차 충치는 충전물을 다시 뜯어내고 치료해야 하는 가장 흔한 이유로 꼽힙니다. 이를 막으려고 최근 치과에서는 칼슘과 인산, 불소 같은 이온을 스스로 내보내는 '생체활성' 충전재를 점점 더 많이 씁니다. 그런데 최근 나온 메타분석 세 편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 재료들이 실제로 이차 충치를 막아주는지에 대한 결론이 재료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아직 구멍이 나지 않은 초기 병소를 재광화하는 방법은 자가조립펩타이드를 다룬 글에서 살펴봤습니다. 여기서 다루는 재료들은 이미 충치를 갈아내고 채운 뒤 그 경계면을 지키는 이야기입니다.

때운 자리가 다시 썩는 이유

충전물 주변에도 치태가 쌓이고 산에 의해 치아 조직이 손상되면 이차 충치가 생깁니다. 충전물 경계의 상태뿐 아니라 구강위생, 식습관, 침 분비와 개인의 충치 위험도 영향을 줍니다. 전통적으로 널리 쓰인 복합레진은 한번 굳으면 치아와 화학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비활성 재료입니다. 강도와 색감은 뛰어나지만 이 틈을 스스로 메우거나 세균을 밀어내는 기능은 없습니다.

재료마다 다른 이온 방출 방식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나온 것이 이온을 내뿜는 충전재입니다. 가장 오래된 글래스아이오노머 시멘트(GIC)는 불소와 칼슘 이온을 꾸준히 내보내 주변 치아 조직의 재광화를 돕습니다. 여기에 레진 성분을 더해 강도를 보완한 것이 레진강화형 글래스아이오노머(RMGI)입니다. 최근에는 기오머(giomer)라는 재료도 널리 쓰입니다. 표면에서 미리 반응시킨 유리 입자, 즉 S-PRG 필러를 레진 기질에 섞어 만든 재료로 겉모습과 강도는 일반 복합레진에 가까우면서도 글래스아이오노머처럼 이온을 내보내도록 설계됐습니다. 알카사이트라는 재료군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온을 방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치과연맹(FDI)은 2022년 정책성명에서 재료를 '생체활성'이라 부르려면 작용 방식이 분명해야 하고 그 효과가 실험이나 임상에서 실제로 확인돼야 한다는 조건을 기준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이온을 낸다는 사실과 그 이온이 실제로 충치를 막아준다는 결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이온 방출형 충전재와 일반 복합레진을 비교한 치아 단면도. 재료별 방출 이온은 다르며 이해를 돕기 위한 개념도

메타분석 세 편, 결론이 갈렸다

여러 연구를 모아 다시 분석한 첫 번째 메타분석에서는 생체활성 재료가 이차 충치 위험을 기존 재료보다 상대적으로 45% 낮춘 것으로 나타났고 통계적 이질성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재료별로 나눠 보면 글래스아이오노머는 위험을 뚜렷하게 낮췄지만 기오머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연구를 모은 또 다른 메타분석은 액티바 바이오액티브(ACTIVA BioACTIVE)와 기오머, 알카사이트 계열인 센션 엔(Cention N)을 다뤘는데 이차 충치와 탈락률 어느 쪽에서도 기존 복합레진과 유의미한 차이를 찾지 못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네트워크 메타분석은 추적 기간이 1~8년인 무작위 대조시험 13편을 모아 기오머와 알카사이트를 기존 복합레진 및 레진강화형 글래스아이오노머와 비교했습니다. 이차 충치를 포함한 평가 지표에서 어느 한쪽이 일관되게 우수하다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차 충치 발생 건수가 적어 예방 효과의 차이를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12개월 임상시험에서는

이집트 카이로대학교 치과대학이 위쪽 앞니의 잇몸 경계 부위에 생긴 충치를 12개월 동안 추적한 무작위 대조시험은 이런 흐름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오머 계열인 쇼후의 뷰티필 II LS와 레진강화형 글래스아이오노머인 GC의 후지 II LC로 나눠 채운 뒤 비교했더니 12개월 뒤 대부분의 항목에서 두 재료의 임상 성적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표면 광택과 질감에서만 기오머가 더 나은 평가를 받았고 레진강화형 글래스아이오노머는 시간이 지나면서 광택을 잃었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진 분석에서는 기오머의 초기 비용이 더 높았지만 성공 1건당 비용은 오히려 낮게 나타나 두 재료 모두 실제 진료에서 쓸 만한 선택지로 확인됐습니다.

세 메타분석과 임상시험을 종합하면 이온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과 그 이온이 실제로 이차 충치를 막아준다는 결과는 별개입니다. 한 메타분석에서는 글래스아이오노머의 이차 충치 위험 감소가 관찰됐습니다. 다만 재료의 전체 임상 성능을 비교한 결과이며 이온 방출만의 효과를 분리해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재료를 고를 때는 강도와 심미성, 병소 위치도 함께 고려합니다. 최근 늘어난 기오머와 알카사이트 계열은 복합레진에 가까운 강도와 색감을 유지하면서도 이차 충치를 막는 효과는 아직 일관되게 증명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