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에 누런 반점이 있고 유독 시린 아이가 있다면 충치가 아니라 어금니-앞니 저광화(MIH)일 수 있습니다. 이가 만들어지는 시기에 법랑질(치아 겉면을 덮는 단단한 층)이 제대로 여물지 못해 생기는 발달 결함입니다. 이렇게 자란 어금니는 나온 지 얼마 안 돼 깨지기 쉽고 쉽게 시려서 무엇으로 때워야 오래 가는지가 오랫동안 관심사였습니다. 2026년 나온 5년 추적 임상시험은 그 답의 일부를 내놨습니다. 두 재료로 나눠 때운 뒤 3년까지는 비슷하게 버텼지만 5년째 남아있는 비율이 갈렸습니다.
충치가 아니라 형성 결함이다
어금니-앞니 저광화는 아이 7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흔한 문제입니다. 전 세계 70여 편의 연구를 모은 분석에서는 평균 유병률이 14.2%로 나왔고 이 중 27%가량은 통증이나 법랑질 파절 때문에 실제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원인은 양치질 습관이 아니라 이가 만들어지는 임신 후기부터 3~4세 무렵 사이에 겪은 호흡기 질환, 항생제 복용, 유전적 소인 같은 요인들이 겹친 결과로 보고됩니다. 심한 경우 이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법랑질이 갈라져 떨어져 나가는데(맹출 후 파절) 그 아래 상아질이 그대로 드러나 온도와 씹는 힘에 민감해지고 양치질도 아파서 오히려 충치에 걸리기 쉬워집니다.

두 재료로 나눠 때웠더니, 3년까지는 갈리지 않았다
터키 마르마라대 소아치과 연구팀은 저광화로 물러진 부분만 골라내는 선택적 우식제거를 마친 뒤 6~12세 어린이 31명의 어금니 62개를 한 사람 안에서 절반씩 나눠 서로 다른 재료로 때웠습니다. 한쪽에는 글래스아이오노머 계열의 유리하이브리드(Equia Forte HT)를, 다른 쪽에는 짧은 유리섬유를 넣은 보강재(EverX Flow) 위에 일반 복합레진(G-Aenial Posterior)을 덮는 유리섬유강화레진을 썼습니다. 유리섬유는 갈라진 틈이 재료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같은 연구팀은 앞서 36개월까지 추적했을 때 두 재료의 성적이 비슷하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5년째에 갈린 것은 생존율이었다
6·12·24·36·60개월마다 변연 적합, 시림, 이차충치 등을 기준으로 본 겉보기 상태는 두 재료가 시간이 지나며 함께 나빠졌을 뿐 재료 간 차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60개월 시점에 실제로 남아있는 비율은 달랐습니다. 유리섬유강화레진은 75.5%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유리하이브리드는 59.2%만 남았습니다. 겉보기 품질은 비슷해도 얼마나 많은 수가 탈락했는지에서 차이가 났다는 뜻입니다. 연구팀은 5년 이상의 장기 내구성이 중요하다면 유리섬유강화레진을 우선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습니다.
재료를 바꿔도 남는 문제
같은 해 나온 다른 임상시험은 이 틈을 더 분명히 보여줍니다. 저광화로 부서진 부분을 글래스아이오노머 또는 일반 복합레진으로 때운 어금니 72개를 12개월 추적했더니 두 재료의 생존율은 91.7%와 88.9%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실패한 사례 중 25~30%는 충전재 자체가 아니라 바로 옆에 남아 있던 저광화 법랑질이 새로 깨지면서 일어났습니다. 때운 자리는 멀쩡한데 옆의 약한 법랑질이 계속 부서진 것입니다. 이가 이미 심하게 부서진 경우에는 재료 선택보다 아예 전체를 씌우는 쪽을 택하기도 합니다. 은다이아민플루오라이드(SDF)로 세균을 먼저 잡은 뒤 스테인리스강관으로 덮은 소수 사례 보고에서는 24개월 동안 크라운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재료가 오래 버티는 쪽을 고르는 일과 남은 법랑질이 스스로 깨지는 것을 막는 일은 서로 다른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